[공연]샤를 뒤투아 “음악은 몸의 느낌에서 출발한 예술”

  • 입력 2007년 7월 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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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선글라스를 쓰고 성큼성큼 걸어 나오는 마에스트로 샤를 뒤투아(71·사진). 영화배우 잭 니컬슨인 줄 알았다. 칠순을 넘겼지만 그는 여전히 지상 5cm에 서 있는 듯 들뜬 분위기였고, 농담을 즐겼다. 3일 낮 서울 세종문화회관 5층 서울시향 연습실에서는 1974년 이후 33년 만에 다시 서울시향을 지휘하게 된 샤를 뒤투아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그는 “서울시향은 같은 오케스트라이지만 단원들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이번이 첫 연주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1973년부터 캐나다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으면서 음악계의 변방에 불과했던 이 오케스트라를 최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런 경험이 서울시향의 변화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물었다.

뒤투아는 “캐나다나 한국에서나 마찬가지다. 오케스트라를 변화시키는 방법은 뛰어난 젊은 뮤지션으로 단원을 재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해외에서 공부한 젊은 한국인들의 재능은 뛰어나다. 정명훈 같은 연륜 있는 지휘자가 음악적 스타일, 사운드, 다양성을 젊은이들에게 전해 주고 이끌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계 스위스인인 샤를 뒤투아는 퀘벡에 있는 프랑스계 캐나다인들이 주축이 된 몬트리올 심포니와 라벨, 드뷔시 등 프랑스 인상주의 레퍼토리를 집중적으로 녹음했다. 그는 이번 내한공연에서도 특기인 라벨의 ‘어미거위’ 모음곡과 ‘다프니스와 클로에’, 스트라빈스키의 바이올린협주곡(협연 샹탈 쥐이에)을 연주할 예정이다. 세 곡 모두 우아하고 생동감 넘치는 무용음악과 관련이 있다.

“음악은 어차피 육체적인 느낌에서 출발합니다. 음악 중에 춤과 관련이 없는 것은 없어요. 옛 프랑스 작곡가 륄리도 발레곡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베토벤도 7번 교향곡의 클라이맥스는 댄스곡으로 작곡했습니다. 라벨은 실내악, 피아노곡, 관현악곡 등 거의 모든 곡이 연주된 드문 작곡가입니다.”

칠순을 넘긴 그에게는 여전히 세계에서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다. 그는 내년부터 4년간 에셴바흐의 뒤를 이어 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로, 2009년부터 영국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활동할 예정이다.

“현대 오케스트라의 경우 음악적 스타일이 중요합니다. 베토벤, 브람스, 라벨을 모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오케스트라만의 색깔을 만들 수 있죠. 이것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닙니다. 유진 오먼디와 스토코프스키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쿠세비츠키의 보스턴 심포니 등이 지휘자 아래서 자신만의 사운드를 만들어 왔습니다.”

뒤투아는 “지휘자는 음악뿐 아니라 교육 등 복합적인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좋은 작곡가와 연주자를 만날 수 있는 지휘자 역할은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커리어”라고 말했다.

6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2만∼12만 원. 02-3700-6300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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