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20>短綆汲深

  • 입력 2007년 6월 2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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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는 일도 해보려고 노력하는 것은 용기이다. 개인적 차원의 이러한 용기는 함부로 막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될 수 없다고 판명된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은 억지이다. 억지는 용기가 아니다. 가끔 용기와 억지가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역사에서, 처음에는 억지로 보였던 일이 사실은 용기로 밝혀지고, 처음에는 용기로 보였던 일이 나중에 보면 억지로 밝혀진 일이 적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그것이 억지인지 용기인지가 처음부터 분명하다. 삶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지내는 것도 아름답지만 가끔은 엄청난 용기를 내야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럴 때는 반드시 그 일에 대한 자신의 능력이 충분한지, 자신의 성격이 그러한 일에 적합한지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短경汲深(단경급심)’이라는 말이 있다. ‘短’은 ‘짧다’는 뜻이다. 이로부터 ‘숨이 짧다, 부족하다, 뒤떨어지다’라는 뜻이 나왔다. ‘短見(단견)’은 ‘짧은 견해, 짧은 생각’이라는 말이고, ‘短評(단평)’은 ‘짧은 비평’이라는 말이다. ‘短命(단명)’은 ‘명이 짧다’, 즉 ‘일찍 죽다’라는 말이 된다. ‘短點’은 ‘부족한 점, 뒤떨어진 점’이라는 말이다. ‘경’은 ‘두레박 줄’이라는 뜻이다. ‘汲’은 ‘물을 길어 올린다’는 뜻이다. ‘及(급)’은 원래 ‘…에 미치다, 도착하다’라는 뜻인데, ‘汲’은 ‘수(물 수)’와 함께 있으므로 ‘물에 미치다, 물에 도착하다’, 즉 ‘물을 길어 올리다’가 된다. ‘深’은 ‘깊다’는 뜻인데, 여기에서는 ‘깊은 우물’을 나타낸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短경汲深’은 ‘짧은 두레박 줄로 깊은 샘의 물을 길어 올린다’는 말이 된다. 아무리 힘이 세고, 아무리 용기가 있어도 짧은 두레박 줄로 깊은 샘의 물을 길어 올릴 수는 없다. 이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가능하다고 말하면서, 그것을 용기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용기가 아니다. 이것은 세상을 속이려 드는 것이 아니면 스스로 무지한 것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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