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만나는 시]김남조/‘편지’

  • 입력 2007년 6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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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 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

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 시집 ‘가난한 이름에게’(미래사) 중에서》

흰 새가 푸른 물에 제 얼굴을 비추며 난다. 달님이 우물거울에 귀밑머리 고르며 간다. 흰 새는 더욱 희고, 달님은 더욱 누르다. 사랑이란 그의 거울에 내 영혼을 비추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그의 영혼이 비치는 거울인 적이 있는가. 누군가의 가슴 북을 둥둥 울려 본 적이 있는가. 가슴 속에 그리운 이름 하나 간직하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세상 숲이 우거져도 사막이 아닌가. 사랑이란 부치지 않아도 도달하는 편지를 수없이 쓰고 지우는 것이다.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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