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

  • 입력 2007년 4월 28일 03시 02분


미켈란젤로가 그린 시스티나성당의 천장화. 동아일보 자료 사진
미켈란젤로가 그린 시스티나성당의 천장화. 동아일보 자료 사진
◇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로스 킹 지음·신영화 옮김·488쪽·1만8000원·다다북스

1508년, 욕심 많은 교황 율리우스 2세는 미켈란젤로에게 바티칸 시스티나성당(1480년 준공) 천장화를 그릴 것을 명했다. 천장 그림을 자신의 치적으로 홍보할 생각이었다.

여기엔 미켈란젤로의 라이벌이던 건축가 브라만테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다. 1200m²(약 360평)에 달하는 거대한 공간을 프레스코 기법(젖은 석고 위에 채색하는 방법)으로 장식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 어려운 일을 시켜 놓고 실패를 유도함으로써 라이벌 미켈란젤로를 궁지에 몰아넣고 싶은 그런 음모였다.

미켈란젤로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피에타’ ‘다비드’ 등을 제작한 위대한 조각가에게 천장 그림은 그야말로 허드렛일이었고 수년 전 교황의 묘 조성 과정에서도 작업 중단 지시를 받는 수모를 당했기 때문이다. 그때 이미 “다시는 교황을 만나지 않겠노라”고 공언한 미켈란젤로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절대 권력 교황의 명을 거역할 수는 없는 법. 작업은 시작됐고, 교황은 별도의 팀을 구성해 성당의 다른 공간에 벽화를 그리도록 했다. 경쟁을 유도한 것이었으니 미켈란젤로의 긴장과 갈등이 오죽했을까. 게다가 수개월도 지나지 않아 홍수로 천장에 곰팡이가 피어났고….

영국 역사소설가가 쓴 이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1508년부터 1512년까지 4년 4개월 동안 위대한 천장 그림 ‘천지창조’가 창조되는 과정을 박진감 넘치게 그린 다큐멘터리. 미켈란젤로와 그 주변 천재 예술가들의 갈등과 질투, 위대한 예술을 향한 무한 욕망, 폭군 교황과의 끊임없는 갈등과 화해 등 그 내용은 시종 흥미롭다.

작업 과정에서 미켈란젤로가 가장 신경 썼던 인물은 떠오르는 천재 화가 라파엘로였다. 라파엘로가 작업 현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할 정도였다. 두 사람은 그렇게 라이벌이 되어 갔다.

1511년, 미켈란젤로는 천장 그림 일부를 공개했다. 라파엘로는 그 장중함과 화려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미켈란젤로의 주가는 하늘을 찔렀다. 교황 숙소에 ‘아테네 학당’을 그리고 있던 라파엘로는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미켈란젤로를 능가할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했지만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라파엘로는 그림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아래쪽에 사색에 빠져 있는 미켈란젤로를 그려 넣었다. 위대한 철학자의 반열에 미켈란젤로를 그려 넣은 것은 분면 경의의 표현이다. 하지만 다른 인물과 달리 미켈란젤로 옆에는 진지한 문하생 한 명 보이지 않는다. 주변부 인물로 처리한 것이다. 그건 일종의 조롱이었다.

이러한 갈등뿐만 아니라 미술 자체에 대한 얘기도 재미있다. 창작 과정 자체의 지난함, 최고의 안료를 향한 치열한 탐색, 프레스코 기법의 방식과 과학적 원리 등등. 유익한 서양 미술 문화재 안내서라고 해도 좋을 듯싶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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