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으로 한 발짝, 좋은 음악으로 두 발짝… 이적 솔로 3집

  • 입력 2007년 4월 13일 03시 05분


19일 4년 만에 3집 ‘나무로 만든 노래’를 발표하는 가수 이적. 사진 제공 뮤직팜
19일 4년 만에 3집 ‘나무로 만든 노래’를 발표하는 가수 이적. 사진 제공 뮤직팜
1995년 나타난 가수 이적(33)은 모범생 출신 '삐딱이'였다. '서울대생'이란 기득권 대신 그는 래퍼 김진표와 함께 '왼손잡이'를 외쳤고 앨범 '밑'을 통해 사회 밑바닥 얘기를 하길 원했다. "등따습고 배부르니 저러는구나"라며 '쇼'라 손가락질 했던 7080 무리들도 있었지만 그는 대중음악계 '젊은 피'가 되길 원했다.

2007년. 솔로 3집 '나무로 만든 노래' 발표를 앞둔 그의 왼손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어느덧 30대를 훌쩍 넘은 그의 얼굴엔 거뭇거뭇한 수염 자국과 주름이 자리하고 있었다. '바늘'처럼 따가웠던 지난날을 잊은 듯 그의 왼손도 차츰 내려가고 있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12년 전에 비하면 지금은 좋은 세상이고 공공의 적도 없으니. 그래서 예전엔 '왼손잡이'라는 노래는 좌파 세력도, 성적 소수자들에게도 환영받는 곡이었는데 지금은 '유치하다' 할 걸요."

2005년 7년 만에 '패닉'으로 돌아와 활동을 한 지 햇수로 2년만이자 4년 만의 솔로 활동. 하지만 사회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만큼은 여전했다.

"지금 저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인종문제'에요. 단일 민족주의에서 나온 이상한 극우적 민족주의요. 그런 내용을 3집의 '비밀'이란 곡에 담고 싶었는데 말았어요. 또 '이적이 이런 노래했다'며 상업주이라 비판받을까봐…. 여전히 전 노래가 세상을 바꿔야한다는 책임의식에 괴로워해요. 제가 자처한 일이죠. 하하."

그는 요즘 "아는 동료가 별로 없다"며 낯설음을 느낀다. '음악'이라는 존재 역시 달라졌다. '재미있는 음악' '신나는 음악'이 20대 시절의 지향점이었다면 지금은 '진득한 음악', '좋은 음악' 등 정적이다. 3집 소개를 부탁하자 "무조건 이 앨범이 잘 돼야 한다"며 강조를 하는 그의 목소리도 낯설다. "요즘 음악은 '폐기' 단계에 놓인 것 같아 언제까지 앨범을 낼지 모르겠다"며 짓는 심각한 표정까지.

"그래도 지금까지 자존심 지키면서 해온 음악에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은 없어요. 그래서 이번에도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어쿠스틱한 앨범을 만든 거죠. 가사도, 제목도 구어체로 담아 편한 느낌이 나도록… 마치 옷 벗고 호프집에서 친구와 맥주 한 잔 하는 느낌이랄까요?"

음악인으로서의 삶을 담은 앨범 첫 머리곡 '노래'부터 음악 동료 김동률이 강력하게 추천했다는 타이틀곡 '다행이다', 공연이 끝난 뒤 허탈한 느낌을 독백한 '무대' 등 12곡 모두 이전 앨범들과 달리 고요하다. 마치 가공 이전의 '날 것'처럼 들리는 그의 목소리 또한 정적이다.

12년 간 음악만 해온 그에게도 수많은 일들이 앞에 놓여있다. 2년 전 발표해 13만부가 팔린 소설 '지문사냥꾼'의 만화, 장편 애니메이션, 심지어 뮤지컬까지 계획해놓은 상태. 10년 전 김동률과 함께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카니발'의 디지털 싱글도 고려 중이다. "왕년에 '동안'이었지만 요즘은 거울만 보면 놀란다"며 웃는 그의 모습은 얼마 전 까지 그가 그토록 비판했던 '기성세대'와 맞닿아 있었다. 그렇게 이적의 봄은 무르익고 있을까? 대답은 '강한 부정'.

"아휴, 아니에요. 어머니(여성학자 박혜란)는 아직도 마치 제가 신인가수인 것처럼 '얘, 앨범이란 거 어떻게 만드냐'라고 말하세요. 어머니도 저도, 음악은 여전히 신기한 것이니까요."

김범석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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