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옥시덴탈리즘-반서양주의의 기원을 찾아서

  • 입력 2007년 3월 2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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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덴탈리즘-반서양주의의 기원을 찾아서/이언 바루마, 아비샤이 마갤릿 지음·송충기 옮김/192쪽·1만2000원·민음사

“옥시덴탈리즘이란 어떻게 보면 프랑스에서 타히티로 수출된 총천연색 옷감과도 견줄 수 있다. 곧 타히티에 수입된 이 옷감은 원주민의 의복이 되었는데, 고갱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이것을 적도지대의 이국풍이 전형적으로 드러난 사례로 묘사한 것이다.”

옥시덴탈리즘은 서양을 바라보는 적대적 편견을 말한다. 에드워드 사이드가 주창한 오리엔탈리즘(서양의 관점에서 왜곡된 동양)의 대항개념이다. 오리엔탈리즘이 동양을 비합리적이고 열등한 어린애로 비하한다면 옥시덴탈리즘은 서양을 물신주의와 기계문명에 물들어 타락한 비(非)인간으로 악마화한다. 바로 9·11테러를 자행한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시각이다.

저자들은 이 옥시덴탈리즘의 기원이 서양에 있다고 주장한다. 즉, 선발산업국 영국·프랑스와 후발산업국 독일의 경쟁을 ‘상인 대 영웅’의 대결로 바라본 독일, 유기체적 러시아정신과 기계적 서구정신을 선악으로 대비한 러시아, 그리고 미국과의 대결을 ‘근대의 초극’으로 찬양했던 ‘동양 속 서양’ 일본에 그 원형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반(反)물질, 반도시, 반상업의 성향은 바그너의 악극,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일본 사무라이 영화에만 등장하지 않는다. 윌리엄 블레이크와 T S 엘리엇의 시, 프루동과 마르크스의 사상에서도 발견되는 이런 성향은 반유대주의와 결부된다. 본토에서 쫓겨난 유대인들이 주로 유럽의 도시에 정착해 상업 활동에 종사했기 때문이다.

반유대주의처럼 옥시덴탈리즘도 전혀 근거 없는 편견은 아니다. 그러나 그 편견이 정치권력화할 경우 나치즘과 파시즘의 비극을 재발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경고다. 경고는 귀담아듣되 반물질주의까지 서구적 전통으로 환원시키는 지독한 서구중심주의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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