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저미는 노턴의 눈빛연기 긴 여운…페인티드 베일

  • 입력 2007년 3월 15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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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눈은 슬펐다. 배신당한 남자의 눈은 분노로 불타지만 상심한 남자의 눈은 슬픔만이 가득하다. 그것이 월터, 아니 에드워드 노턴(사진)의 눈을 잊을 수 없는 이유다.

바람이 난 것은 키티(나오미 와츠)였다. 아내를 용서할 수도, 사랑하지 않을 수도 없는 월터. 그의 슬픈 눈은 아름다운 아내 키티의 눈을 마주하지 못한다.

“남편은 부인께 얘기할 때도 부인을 쳐다보지 않더군요. 주위를 응시하거나 바닥을 봅니다.”(워딩턴·토비 존스)

14일 개봉한 영국 작가 서머싯 몸 원작의 ‘페인티드 베일’은 이 부부의 안타까운 로맨스를 그린 영화다. 1920년대 중국. 냉철한 성격의 세균학자 월터는 영국 런던의 한 파티에서 도도한 아가씨 키티를 만나 결혼한 뒤 연구를 위해 중국 상하이(上海)로 건너간다. 월터는 연구와 독서에만 매달리고 쾌활한 성격의 키티는 사교모임에서 만난 외교관과 사랑에 빠진다. 아내의 배신을 눈치 챈 월터는 콜레라가 퍼져 있는 메이탄푸 지역의 병원을 맡겠다고 나서고 키티를 그곳으로 데려간다.

마을은 문명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 오지 중의 오지. 사람들은 콜레라로 속속 죽어 나간다. 월터는 키티의 존재를 무시한 채 연구와 치료에 전념하고 키티는 공포와 절망의 무대 한복판에서 수감생활과 같은 나날을 보낸다.

처음 월터를 배척하던 마을 사람들은 월터의 헌신에 마음을 열게 되고 키티도 수녀원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봉사한다.

물안개에 잠긴 기슭 위로 우뚝 솟은 산, 온갖 푸른색으로 물든 들….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두 사람은 차츰 마음을 열지만 콜레라는 여전히 많은 사람을 위협한다.

‘장미꽃을 정원에 다시 심을 수만 있다면/하나뿐인 내 사랑을 다시 얻을 수만 있다면….’(영화 OST 중)

두 시간의 상영시간이 아쉬워 책(‘인생의 베일’·민음사)을 펼쳐든다. 젊은 감독(존 커런)은 원작소설에서 고갱이만 골라내 엇갈린 사랑만을 영상으로 담았다. 그래서 영화는 월터의 눈빛이 오랫동안 가슴을 저리게 하지만 책은 키티의 정신적 성장 때문에 감동을 준다. 15세 이상.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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