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집-맛의 비밀]서울 종로구 ‘인사동 수제비’

  • 입력 2007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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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 수제비 1인분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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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드라마 ‘장밋빛 인생’으로 재기에 성공한 탤런트 최진실.

1990년대를 대표하는 톱스타의 어린 시절을 장식한 단어는 의외로 수제비였다. 그에게 수제비는 ‘수’자만 들어도 눈물이 나오는 가난의 상징이었다.

서울 종로구 관훈동의 ‘인사동 수제비’(02-735-5481)는 ‘굴 수제비’로 유명한 곳이다. 스타와 수제비의 조합이 낯설 듯 수제비와 굴도 그리 가까워 보이지는 않는다. 카이사르, 나폴레옹, 카사노바가 즐겼다는 ‘귀한’ 굴과 수제비라니.

○ 주인장(지영운 씨·58)의 말

어느 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어린 시절 어머니가 끓여 주던 수제비가 생각나더군요. 밥은 당연히 할아버지와 아버지 몫이었고, 돌아온 것은 수제비였죠. 그래도 4남매가 모여 정신없이 숟가락을 놀렸습니다. 추억이 담긴 특별한 수제비를 만들고 싶었어요. 1993년 가게를 시작할 때 굴은 그냥 먹기에도 아까운 시절이었습니다. 수제비에 바지락이다 뭐다 여러 재료를 써 봤지만 굴이 최고더군요.

굴 수제비에서 중요한 것은 시원한 맛입니다. 우선 국물을 만드는 데 무 다시마 멸치 파뿌리 고추씨를 베자루에 넣고 5시간 정도 푹 끓입니다. 무는 소화 기능을 돕고 시원한 맛을 내기 때문에 비교적 많이 넣습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국물에 수제비 마늘 다시마 호박 감자를 넣고 다시 끓입니다. 마지막에 굴을 넣어야 굴 향기가 남으면서도 시원함과 씹는 맛이 살아납니다.

○ 주인장과 식객의 대화

▽식객=수제비에 굴이라…. 조화를 이루기가 쉽지 않았겠습니다.

▽주인장=여름철 굴은 독성이 있고 쉽게 상해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알을 배지 않은 굴을 찾아다녔는데 그 가격이 만만치 않았어요. 그렇다고 굴 수제비로 버텨온 집이 바지락을 쓸 수도 없고, 문을 닫을 수도 없고….

▽식=굴의 시원한 맛과 수제비의 소박한 옛 맛이 제대로 어우러집니다. (최)진실 씨도 이 맛을 봐야 하는데.(웃음)

▽주=수제비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손맛’입니다. 한때는 반죽을 기계로 밀기도 했는데 손님들 항의에 시달렸어요. 손으로 반죽을 일일이 떼어 넣어야 똑같이 생긴 놈이 하나도 없는 손 수제비가 나옵니다.

▽식=반죽에도 요령이 있습니까.

▽주=수제비는 손님이 그릇을 다 비울 때까지 퍼지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서 숙성이 중요하지요. 반죽한 뒤 냉장고에서 5시간을 숙성시켜야 쫄깃하게 씹는 맛이 삽니다.

▽식객=의외로 젊은 손님이 많네요.

▽주인장=신기하죠. 손님의 90%가 20, 30대입니다. 젊은 세대에게는 수제비가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배고픔의 음식이 아니라 떡볶이처럼 가볍게 즐기는 별식이 된 겁니다. 세상이 바뀐 거죠.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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