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72>知所先後, 則近道矣

  • 입력 2007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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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은 입학의 계절이다. 또는 새로운 직장에 나가기 시작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새로운 학교에 들어가거나 새로운 직장에 나갈 때는 모두 꿈을 갖는다. 그러나 꿈을 이루어가기는 쉽지 않다. 왜 그럴까? 그 이유 중의 하나는 꿈을 이루어 가는 단계를 잘못 설정하기 때문이다. 꿈을 가진 사람은 그 꿈을 이루어 가기 위한 면밀한 계획을 세워볼 필요가 있다. 계획이 없으면 사람의 행동은 흐트러지기 십상이다. 흐트러진 행동은 곧장 우리를 꿈과는 거리가 먼 곳으로 안내한다.

大學(대학)에는 ‘知所先後(지소선후), 則近道矣(즉근도의)’라는 말이 나온다. ‘知’는 ‘알다’라는 뜻이다. 흔히 ‘지인이 많다’는 경우에 사용되는 ‘知人’의 ‘知’는 ‘알다, 아는, 알고 있는’이라는 뜻이다. ‘所’는 ‘~하는 바’의 ‘바’라는 뜻이다. ‘先’은 ‘먼저, 앞’이라는 뜻이다. ‘先生(선생)’은 ‘먼저 태어나다’라는 뜻인데, 이것이 변하여 ‘먼저 태어난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나보다 먼저 태어난 사람’은 나보다 아는 것이 많으므로 ‘가르치는 사람’, 곧 ‘교사’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知所先後’에서는 ‘앞세우다, 먼저 하다, 먼저 해야 하다’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後’는 ‘뒤’라는 뜻이다. ‘後輩(후배)’는 ‘뒤에 나온 무리’라는 뜻이다. ‘後’가 동사로 사용되면 ‘뒤에 하다’라는 뜻도 갖는다. 여기에서는 이 의미로 사용된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知所先後’는 ‘먼저 해야 할 것과 나중에 해야 할 것을 안다’라는 말이 된다. ‘則近道矣’는 ‘곧 도에 가깝게 된다’라는 말이다. 먼저 해야 할 일과 나중에 해도 되는 일을 아는 것은 도에 가까울 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는 모든 행동의 준칙이다. 인생의 꿈이 있다면 금년에 해야 할 일이 결정된다. 그렇다면 이번 달에 할 일이 결정되고, 오늘 해야 할 일이 결정된다. 그 일이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나중에 해도 되는 일을 먼저 하는 것은 꿈을 멀리하는 행위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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