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감]서울 북촌 박물관 산책

  • 입력 2007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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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인 러브(Museum in Love).’

박물관, 지루하고 딱딱해서 데이트 코스로는 영 아니다? 노! 어디까지나 박물관 고르기 나름이다. 잘 살펴보면 지적으로 유익하면서도 감성적으로도 만족감을 안겨주는 박물관들이 서울 도심 곳곳에 숨어 있다.

“내 남자(여자) 친구는 박물관에 데려가요”가 자랑으로 나올 법한 박물관 코스를 추천한다.

# 부엉이박물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부엉이는 금실이 좋은 동물. 정작 금실의 상징인 원앙이 배우자 앞에서도 ‘당당하게’ 바람을 피우고 다니는 것에 비해 부엉이는 한번 부부의 연을 맺으면 평생 간다고.

그래서인지 삼청동 산책길을 찾는 연인도 많고 ‘부엉이 그리기’처럼 연인이 함께 시간을 보낼 만한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전시관에는 장화신은 부엉이(독일), 부엉이 모양 오르골(이집트) 등 관장 배명희 씨가 35년간 모은 80개국의 부엉이 모양 물품 25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부엉이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관장이 직접 끓여 주는 차를 마시며 전시물에 얽힌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다. 월 화요일 휴관. 오전 9시∼오후 7시. 5000원(성인), 3000원(학생) 02-3210-2902

# 토이키노박물관

매트릭스의 ‘네오’가 사용한 망토, 007이 사용한 권총 등 영화, 만화, 게임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소품 ‘피겨(figure)’를 전시한 공간인 토이키노박물관은 데이트에 있어서는 ‘숨은 보석’ 같은 존재. 스타워즈에서 솔로 선장을 구하려고 적진에 뛰어든 레아 공주, 마티니 잔을 돌리며 여자들을 유혹하던 제임스 본드, 거미로봇에 맞서 짝사랑녀 메리를 구해내던 스파이더맨 등 실물과 흡사한 ‘피겨’들을 보며 영화와 만화 속 얘기들을 나누다보면 어느새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박물관 대표인 손원경 씨가 수집한 10만여 점 중 선별된 5만여 점이 전시되어 어느 연령대나 반길 만한 자료가 많다.

1관엔 미국 영화 캐릭터, 2관에는 한국과 일본 제품들을 중심으로 전시했다. 토 일요일 오후 1∼8시. 평일은 단체 관람만 가능. 입장료는 5000원(성인), 3000원(만 5세 이상) 02-723-2690

# 장신구박물관

박물관 데이트의 ‘비장의 카드’이자 하이라이트. 세상에 보석 싫어하는 여자 없다고 이곳에 가면 경탄할 만한 보석 장신구들이 ‘센스’있게 전시되어 있다. 특히 2층에 전시된 아프리카에서 구애의 목적으로 사용된 전통 목걸이 컬렉션과 3층에 전시된 세계 각국의 반지 컬렉션은 찬찬히 들여다보자. 사랑은 세계 만국의 공통 언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강원 관장이 브라질, 에티오피아, 독일, 콜롬비아 등 9개국에서 모은 각종 장신구 1000여 점 가운데에는 옛 잉카 지역에서 출토된 금으로 만든 장신구 컬렉션과 에티오피아에서 수집한 다양한 십자가 컬렉션까지 역사적 가치가 높은 장신구도 많다. 월요일 휴관. 오전 10시∼오후 6시. 5000원(성인), 3000원(학생), 2000원(7세 미만) 02-730-1610

# 실크로드 박물관

박물관의 컬렉션도 흥미롭지만 잠깐 쉬어가기 좋다. 3층 전시실에는 청자와 백자 1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는데 전시공간마다 차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돼 있다. 유물뿐 아니라 창을 통해 보이는 경복궁과 삼청동 일대의 전망을 즐기며 마시는 차는 각별하게 느껴진다. 이곳에는 실크로드 지역에서 출토된 유물 1000점이 전시되어 있다. 로마식 유리병과 같은 동서 교역의 흔적이나 무덤에 부장용으로 놓였던 1500여 년 전 투르판 출토의 목제 마차, 타클라마칸에서 출토된 미라가 신고 있던 서역인의 신발 등이 관심을 끈다. 연중 무휴. 오전 10시∼오후 7시. 5000원(성인), 3000원(학생) 02-720-9675

# 한상수 자수박물관

자수장 기능보유자 한상수 씨가 운영하는 박물관. 다른 박물관들과 떨어져 있어 가기가 조금 번거롭지만 가회동 한옥마을 안 박물관까지 찾아가는 길 자체가 훌륭한 데이트 코스다.

혼례에 관련된 물품 등 250여 점의 전통 자수 유물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특히 봉황 암수가 새겨진 흉배 장식이나 혼례 때 신부의 얼굴을 가리기 위해 쓰인 작은 부채 등은 한국인들이 봐도 호기심이 절로 생기고 흥미를 끌 만한 자료들이다.

전통 한옥을 개조해 만든 이 박물관은 건물도 아름답고 널찍한 마당에 전통 옹기들도 놓여 있어 연인과 사진을 찍거나 가볍게 거닐기에도 좋다. 월요일 휴관. 오전 10시∼오후 5시. 3000원(성인), 2000원(학생) 02-744-1545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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