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쌩얼'이 뜬다…새로운 미적 기준으로 정착

  • 입력 2007년 1월 23일 15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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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 안한 맨얼굴'을 의미하는 '쌩얼' 열풍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초 일부 연예인이 개인 홈페이지에 자신의 맨얼굴을 공개하면서 화제가 되기 시작한 '쌩얼'은 MBC 오락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개그맨 유재석과 박명수 등이 자주 쓰면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연예인 못지않게 깨끗한 피부를 가진 일반 여성들의 자연스러운 '쌩얼' 사진이 인터넷에 오르내리는가 하면 일부 연예기획사는 아예 연예인의 '쌩얼' 사진을 홍보용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최근 "쌩얼 미인'이란 별명을 얻은 민효린의 경우, 소속사에서 의도적으로 맨 얼굴 사진으로 마케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큼하고 풋풋한 10대들의 전유물이었던 '쌩얼' 열풍은 이제 TV 드라마와 영화, 광고까지 점령해 새로운 미적 기준으로 정착했다.

최근에 방영된 TV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맨 얼굴에 가까운 모습으로 화면을 채운 여주인공들이 의외로 많다.

MBC 수목드라마 '어느 멋진 날'의 성유리를 비롯하여 KBS '미스터 굿바이'의 이보영, '투명인간 최장수' 의 채시라, SBS '스마일 어게인'의 김희선, 그리고 최근에 종영된 KBS 일일드라마 '열아홉 순정'에서 연변처녀 양국화로 출연했던 구혜선도 화장기 없는 해맑은 얼굴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또 한 여자의 고독과 상처를 그린 영화 '여자 정혜'의 김지수, '해변의 여인'의 고현정, '최강 로맨스'의 현영 등이 리얼하고 현실적인 인기를 위해 노 메이컵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특히 세련된 도시여성의 이미지가 강했던 김남주는 영화 '그놈 목소리'에서 아들을 유괴당한 모성을 화장기 없는 모습으로 절절하게 연기했다.

이밖에 강수정, 윤은혜, 손예진, 소찬휘, 엄정화. 김정은 등의 맨얼굴이 인터넷에서 인기를 끄는가 하면 여운계, 김을동, 김형자 등 중년스타들의 젊은 시절 사진도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광고 분야도 예외가 아니어서 화장품 광고의 경우, 'CF 퀸' 고소영과 전지현에 이어 정려원과 성유리가 투명한 맨 얼굴을 자랑했고 송혜교는 한 음료 광고에서 노메이컵으로 시대의 조류에 가세했다.

'쌩얼'은 '짙은 화장과 지나친 성형'에 염증을 느낀 많은 사람들이 장식을 걷어낸 자연스러움에 후한 점수를 주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또 타고 나야 가능한 '얼짱'과 달리 꾸준히 관리를 하면 누구나 어느 정도 고운 피부를 유지할 수 있어 여성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피부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 많다 보니 '화장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화장품'과 화장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쌩얼미인 화장법', '쌩얼 만드는 투명 화장법', '쌩얼 피부 노하우', '집에서 미스트 만드는 법' 등 다양한 정보들이 소개돼 있다.

이 가운데 쌩얼족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화장품이 바로 '비비크림'. 피부 재생과 진정 작용을 하는 이 화장품은 원래 박피나 레이저 등 피부과 치료 마지막 단계에 바르는 기능성 파운데이션이다.

피부과 치료 후 붉어진 피부색을 감추는 데 효과가 있고 얇게 바르면 피부에 착 달라붙어자연스런 피부 표현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일부 피부과 환자만 알고 썼던 커버용 크림이 '쌩얼' 트렌드와 맞물려 대중적인 화장품으로 떠올라 인터넷 쇼핑몰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는 것.

또 40대 이후 중년층이 주로 받던 주름 치료를 잡티없이 맑고 투명한 '쌩얼'을 위해 20대 여성들이 많이 받는 것도 새로운 현상의 하나다.

'쌩얼'은 무조건 잘 생겨야 하는 '얼짱'에 비해 비교적 솔직한 모습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맨얼굴도 예뻐야 한다'는 조건이 붙으면 의미가 퇴색되고 부작용도 생기게 된다.

대부분의 미용 전문가들은 올해에도 맨얼굴의 깨끗하고 촉촉한 피부미인이 대세를 이룰 전망이고 이런 흐름은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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