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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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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몸살에 장염까지 겹쳐 새해부터 앓아누웠어요. 지난해 12월 30일 첫 번째 콘서트 끝나고 긴장이 풀어졌는지… 그간 엄청난 스케줄에 몸이 단단히 고장 났나 봐요. 그로 인해 데뷔 앨범 첫 무대도 이번주로 한 주 연기 됐죠. 멤버들한테 미안해 죽겠어요."(G-드래곤)
YG엔터테인먼트 출신의 10대 5인조 그룹 '빅뱅'. 지난해 8월 데뷔한 후 한 달 간격으로 세 장의 싱글 음반을 발표, 10만장에 가까운 음반 판매를 기록했으며 연말 발매한 데뷔음반은 현재 음반 판매량 순위(한터정보)에서 2주 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첫 콘서트에는 1만 2000명의 관객을 모으는 등 데뷔 6개월도 안 된 이들의 행보는 눈부시다. 아직 30곡도 채 발표하지 않은 '아기 표범'에 불과하지만 팬들은 이들에게 '2007년 가요계 최대 유망주'라는 감투를 씌워주었다.
"저희 음악은 '형광색'이라고 할까요? 힙합음악이 대중화되긴 했지만 아직도 '마니아' 음악으로 취급 받기도 하죠.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형광색처럼 튀는 힙합음악을 하고 싶어요."(TOP·본명 최승현·20)
"'음악성 운운해도 그래봤자 아이돌이지'라는 비난도 들어요. 그만큼 가요계가 10대, 엔터테이너 스타들 위주로 돌아간다는 거죠. 저희는 새로운 음악 장르를 유행시키는 '변종' 아이돌 그룹이 되고 싶어요."(태양·본명 동영배·19)
이들이 기다린 시간은 무려 6년이었다. 2000년 흑인음악에 빠져있던 초등학교 6학년생 G-드래곤과 태양이 가수의 꿈을 안고 YG엔터테인먼트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이후 선배들의 음반에 간간이 참여했을 뿐 데뷔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5년 후 홍대 클럽에서 랩을 하던 TOP가 직접 데모CD를 갖고 회사를 찾아왔고 광주에서 '춤짱'으로 소문난 승리(본명 이승현·17)와 노래 학원을 다니던 대성(본명 강대성·18)이 합류하면서 드디어 가수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공부도, 친구도, 심지어 수학여행도 포기한 채 10대 시절을 모두 바친 거죠. 가끔 '변했다'며 연락 끊는 친구도 있었지만 후회요? 전혀요. 꿈을 향해 간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데요. 힘들 때마다 '이 순간을 보상받을 날이 올 것이다'라며 버텼죠."(G-드래곤)
"가수가 되겠다고 아버지께 말씀 드렸더니 인사도 안 받아주시고 한숨만 쉬셨어요. 가끔 고모들이 '음악 그 딴 거 하지 말라'고 퍼붓기도 했고. 기댈 곳이 없어 너무 힘들었지만 독기로 더 버텼어요."(대성)
여타 10대 그룹들이 '꽃미남' 또는 '댄디' 스타일이라면 이들은 거칠고 파워풀한 이미지로 차별화를 꾀했다. 매춘, 비자금 등 어른들의 부도덕한 돈을 10대의 눈으로 풍자한 타이틀곡 '더티 캐쉬'나 '쉬 캔트 겟 이너프', 하드코어 힙합곡인 '빅보이' 등은 신인답지 않은 패기가 돋보인다. 그러나 "팀의 인지도에 비해 아직 뚜렷한 대표곡이 없는 것 같다"는 '불편한' 질문을 던지자 "그 점은 우리도 아쉽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막 기지개를 편 아기 표범들은 갈 길이 멀다. '롱런'을 위해 가능한 빨리 '아이돌' 꼬리표를 떼야 하고 '빅뱅'만의 개성을 더 높이기 위해선 정신적 지주인 양현석 대표이사의 그늘에서 서서히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솜털 뽀송뽀송한 이들, "아직 우리한텐 많은 날들이 있잖아요"라며 노련한 대답으로 마무리 짓는다.
"데뷔 때와 달리 양 사장님은 지금은 음악부터 의상, 심지어 콘서트 기획까지 저희에게 맡기세요. 하지만 그 분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겠죠. 사실 저희들도 '빅뱅'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걱정돼요. 다만 음악은 밝고 명랑하게 하되 음악에 임하는 자세는 최대한 무겁고 진지해야죠. 이렇게 하루하루 고민하다보면 언젠가 멋지게 포효할 날이 오겠죠."(승리)
김범석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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