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C스타]‘월광’ 연주 뇌성마비 피아니스트 김경민 씨

  • 입력 2007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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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씨(오른쪽)와 옛 스승 지성숙 씨.
김경민 씨(오른쪽)와 옛 스승 지성숙 씨.
《틀린 손마디로 어렵사리 건반을 누른다.

어깨와 턱은 쉴 새 없이 앞뒤로, 때론 양옆으로 흔들린다. 움직이지 않으려는 안간힘이 안쓰럽다.

몇 번의 실수도 나왔다. 그래서 듣는 이의 가슴이 더 저민다.

뇌성마비 1급 장애인 김경민(26) 씨. 그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월광 1악장을 연주하는 자신의 동영상을 지난해 말 판도라TV에 올려 애잔한 감동을 줬다. 그는 기자와의 메신저 필담을 통해 “누구라도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동영상을 보며 가장 큰 위안과 희망을 갖게 된 이는 그 자신인지 모른다.

하루 10만 건이 넘는 조회 건수는 컴컴한 반지하 전세방에서 피아노를 치던 뇌성마비 장애인에게 세상 밖으로 나올 용기를 줬다.》

인터넷 스타가 된 그는 14년 전 자신에게 처음 피아노를 가르쳐 준 옛 스승 지성숙(38) 씨를 최근 다시 만나게 됐다. 지 씨는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1급 장애인이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하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나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김 씨가 피아노 교습을 받은 것은 지 씨와 다른 강사에게 1년여 씩. 총 3년이 안 된다. 10년 넘게 혼자 하루 평균 3∼5시간씩 피아노를 쳤고 어떤 날은 10시간 넘게 연습하기도 했다.

음대에 진학해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은 그를 ‘컴퓨터 수리공’의 길로 이끌었다.

지 씨는 “10여 년 만에 경민이를 만나서 정말 펑펑 울었어요. 경민이가 피아노와 함께 울고 웃은 세월을 상상하게 되더라고요. 피아노는 경민이의 모든 것이에요”라고 말했다.

지 씨는 옛 제자의 꿈을 늦게나마 실현해 주기 위해 요즘 바쁘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콘서트를 열게 해 주려는 것. 최근 경기 용인시에서 긍정적인 답을 들었다. 올봄 여성회관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김경민의 이야기가 있는 콘서트’가 열릴 가능성이 커진 것.

김 씨의 콘서트 계획은 소박하다.

“제가 피아노에 빠져들게 된 사연, 혼자 연습하던 시절의 추억, 다른 장애인들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 뭐 그런 것들을 얘기하면서 연주를 들려주고 싶어요.”

김 씨가 현재 외워서 연주할 수 있는 작품은 6곡. 콘서트를 하려면 10곡 정도는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그의 피아노 연습 시간이 요즘 더욱 늘었다.

지 씨는 희망에 부푼 옛 제자의 모습을 보며 기쁘면서도 걱정스럽다.

“인터넷은 분명 경민이에게 꿈을 줬어요. 하지만 그 꿈을 실현해 주는 것은 인터넷이 아니라 마음 따뜻한 사람들 아닌가요. 그런 사람들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경민이는 더 큰 절망을 느낄지도 몰라요.”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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