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후반전 대비하기 30선]<16>마흔에서 아흔까지

  • 입력 2006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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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들의 나이를 죽 적어 놓고 들여다보면 숨어 있는 대단한 법칙이라도 찾아낼 듯하다.…모녀 3대가 78세-46세-14세로 어머니와 나의 나이차가 32년, 나와 큰아이의 나이차 역시 32년이다. 아이가 중년의 내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정확히 지금 어머니 나이가 되는구나 싶으니 신기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은 노년 준비에 대한 부담 없는 지침서라 할 수 있다. 방송국 아나운서로 노인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노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노인복지관 실무자, 프리랜서 사회복지사로 일해 온 저자는 자녀와 집안 어른 등 가정이나 직장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얻은 교훈과 느낌을 간결하면서도 산뜻하게 전개했다.

저자는 책에서 ‘아름다운 노년을 위해 중년에 해야 할 10가지’를 펼치면서 ‘지금(중년)부터 준비하면 나이 들수록 더 큰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제시한 10가지는 기나길 노후를 생각하면 정말 필요하고 적절한 제안이다.

지금 40대인 중년들에겐 너무 이른 듯해 체감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도 있지만 저자는 서둘러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자신이 직접 겪은 일과 노인복지 현장에서 만난 노인들의 생활을 토대로 중년에 준비해야 할 항목을 일러주는 것이다.

예컨대 저자는 ‘건강한 자만이 노년에 이를 수 있다’라는 단락에서 친정아버지가 척추간협착증이라는 질병으로 고생했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스스로 배변을 처리하지 못하던 아버지를 씻겨 드린 상황을 마치 옆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히 묘사했다.

저자는 “건강은 스스로 건강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사전에 관리해야 하는데 그것을 못하는 이유는 돈 시간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가 아니라 게으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건강의 적으로 게으름을 지적한 것은 참으로 올바른 생각이다.

행복한 노후를 꿈꾸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저자는 행복한 노년을 위한 인생 지도를 ‘10가지’ 해법으로 설명하고 10개의 꼭지에 10가지씩의 실천 지침을 만들어 모두 100가지의 인생 지도를 제시한다.

그중 노인대학에서도 어울리지 못하고 소외당하는 노인을 지켜보며 만든 ‘노년 왕따 예방 지침’이 눈길을 끈다. ‘모욕적인 말투나 잘난 체하는 행동을 삼간다’ ‘검소하고 단정한 옷차림을 한다’ ‘5명 이상의 친구를 반드시 사귄다’ ‘가진 것을 자랑하지 않는다’ ‘나만 옳다고 고집부리지 않는다’ ‘엄살부리지 않는다’ ‘무기력한 노인 옆에 있으면 저절로 늙는다’ ‘움켜쥐고 있는 노년은 추하다’ ‘왕따시키지 않으면 세상에는 왕따가 없다’…. 노년에 접어들수록 행복의 척도로 사회적 관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런 지침은 중장년 때부터 스스로의 삶 속에서 점검해야 한다.

이 책의 놀라운 점은 아직 40대에 불과한 저자가 노인의 심리와 생활을 상세하게 그려 나가는 힘이다. 스스로 중년의 고민을 겪는 동시에 조만간 다가올 노년의 삶을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봤기에 그러했을 것이다. 노년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경제적 대책 외에 다른 문제는 실감하지 못하는 중장년층에게 이 책을 권한다.

김승용 백석대 기독교 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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