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티켓파워 “향수를 자극하라”

  • 입력 2006년 11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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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앙코르 곡으로 ‘워털루’가 나오자 관객들은 모두 객석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고 환호했다. 뮤지컬 ‘맘마미아’ 공연장. 객석 대부분을 차지한 관객들은 10, 20대가 아닌 머리 희끗희끗한 50대 남녀이다.

뮤지컬 ‘맘마미아’는 107회 공연 동안 22만 명이 관람해 내년 앙코르 공연 일정이 확정됐다. 흥행에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은 50대를 비롯한 중장년층이다.

12일 막을 내린 여성의 폐경기를 소재로 한 뮤지컬 ‘메노포즈’의 경우 관객의 70%가 폐경기를 맞았거나 앞두고 있는 40, 50대 주부들이었다.

선다인 뮤지컬해븐 프로덕션 실장은 “50대 여성들은 추석 같은 명절 때 60, 70대 어른들을 모시고 악극을 보러 가기도 하지만 자신이 진정 좋아해서 갈 만한 공연은 없는 ‘어중간한 나이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연극에서도 올해 ‘50대 바람’이 불고 있다. 2003년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가 흥행에 성공하자 올해는 김혜자 주연의 ‘다우트’ ‘황금연못’ 등이 잇따라 선보였다. ‘늙은 부부 이야기’를 제작한 김효준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 기획팀장은 “공연계에서 50대는 떠오르는 블루칩”이라고 설명했다.

‘문화 불모 세대’로 꼽혔던 50대가 문화 소비자로 급부상하는 현상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뮤지컬계에서는 ‘미스 사이공’ ‘아이다’ ‘오페라의 유령’ 등 티켓 가격이 10만 원이 넘는 대작의 경우 티켓파워가 높은 50대를 잡지 못하면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2004년 11월 첫선을 보인 KBS의 ‘콘서트7080’ 등 방송계부터 시작된 복고풍 콘서트 열풍도 50대의 숨어 있던 문화 향수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데 큰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콘서트7080의 박환욱 담당 PD는 “50대 이상이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오페라나 클래식 공연 등을 많이 본다고는 하지만 대중 취향과는 아직까지 거리가 있는 것 같다”며 그보다 더 친근한 가요라는 점 때문에 콘서트7080이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영화계에서도 50대는 주목되는 소비자층.

극장체인인 CJ CGV 이상규 홍보팀장은 “50대는 무한한 가능성이 잠재된, 신(新)문화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이 회사는 ‘50대 문화마케팅’의 하나로 1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CGV압구정점에서 영화 ‘라디오스타’를 재개봉했다. 인터넷에 익숙지 않은 50대 이상은 주로 입소문을 통해 영화관을 찾기 때문에 상영 시기를 놓친 경우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이 팀장은 “문화적 소비 욕구가 강하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50대 주부가 이번 재개봉 이벤트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50대 문화 향수의 특징으로는 “배우면서 즐긴다”는 것이 꼽힌다.

서울 예술의 전당이 진행하는 클래식, 오페라, 세계문화와 음악 등의 교양강좌의 경우 수강생 절반이 50대다.

예술의 전당 윤동진 홍보팀장은 “문화를 향유하기 이전에 제대로 배워서 제대로 누리고 싶어 하는 50대가 많다는 것을 드러내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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