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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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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10시(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자택에서 전화 인터뷰에 응한 피아니스트 백건우(60) 씨는 연주여행의 피로도 잊은 듯 차분한 목소리로 반겨주었다. 그는 연주회를 마친 뒤 부인(영화배우 윤정희 씨)과 함께 폼페이 베수비오 화산과 나폴리 해안이 어우러진 항구도시 소렌토를 처음 방문한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베토벤은 그야말로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화산 같은 인물이었지요. 그러나 그렇게 남성적인데도 조용히 끝맺는 소나타가 많아요. 그의 소나타 전곡을 녹음하는 것은 베토벤이라는 한 인간의 일생을 그리는 작업입니다.”
지난해 영국의 레이블 데카와 함께 ‘음악의 신약성서’(‘구약성서’는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중 48개의 전주곡과 푸가)로 불리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녹음하기 시작한 백 씨. 그는 최근 젊은 베토벤의 고뇌와 야심, 치열한 삶의 모습이 절절하게 실려 있는 1번부터 15번까지의 소나타를 출시했다. 지난해 중기 소나타(16∼26번) 11곡을 정복한 지 불과 1년 만이다.
“베토벤 자신이 첫 소나타를 하이든에게 헌정했듯이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뛰어난 예술가들은 어릴 적부터 자기세계가 완성돼 있는 법입니다.”
전통적인 소나타 형식이 보통 3악장으로 이뤄진 것과 달리 베토벤의 소나타는 교향곡처럼 4악장으로 구성된 작품도 있고 2악장짜리도 있다. 이 때문에 연주시간도 8분부터 46분까지 천차만별이다. 백 씨는 “베토벤은 시대를 초월한 ‘음악의 혁명가’였기 때문에 단조롭게 소나타 형식을 그대로 따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 씨는 지난해에 이어 다음 달 19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피아노 리사이틀을 갖는다. 올해는 특별히 베토벤 27, 28번 소나타 외에도 모차르트부터 바그너, 슈토크하우젠 등 베토벤에게 영향을 주고받은 작품들도 함께 연주해 서양음악사에서 베토벤의 위치를 조명한다.
그는 “바그너는 베토벤 없이 존재할 수 없다”며 “베토벤의 ‘하머 클라비어’ 3악장이나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처럼 20분 넘게 멜로디만으로 음악에 취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백 씨는 내년에 ‘후기 소나타’(27∼32번) 발매를 끝으로 3년 만에 베토벤 소나타 전곡 녹음의 대장정을 마칠 계획이다. 그리고 내년 12월 또 한번의 이벤트로 세계적인 이목을 끌 예정이다.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예정)에서 베토벤 소나타 32곡 전곡을 8일 만에 완주하는 것이 바로 그것. 외국에서도 1년 혹은 몇 달에 걸쳐 연주한 적은 있지만 8일(하루에 4곡씩) 만에 연주하는 일은 전례가 없다.
“베토벤과 1주일을 같이 살아보는 셈이죠. 물론 연주자도 힘들고 듣는 사람도 마음의 준비가 돼 있어야 하겠지요. 그러나 무엇보다 음악을 위한 고귀한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등산도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허허)”
공연 문의 02-751-9607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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