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이야기]<120>振

  • 입력 2006년 10월 27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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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振(진)’은 ‘수(수)’와 ‘辰(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는 ‘손’이라는 뜻이다. ‘辰’은 갑골문에서는 조개껍데기와 같은 도구로 풀을 뽑는 행위를 나타낸다. 그러므로 ‘振’은 손으로 풀을 뽑는 행위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振’은 ‘뽑다’라는 의미를 갖게 됐다. ‘뽑는 행위’는 곧 ‘빼내는 행위’와 동일하므로 ‘뽑다’라는 의미로부터 ‘빼내다’라는 의미가 나왔다. 뽑거나 빼내게 되면 그 대상을 들어 올리게 되므로 ‘들다, 들어 올리다’라는 의미가 나왔고 ‘들다, 들어 올리다’라는 의미로부터 ‘건지다, 구휼하다’라는 의미가 나타났다.

‘들다, 들어 올리다’라는 행위는 어떤 대상이 위로 향하게 되는 것이므로 여기서 ‘떨쳐 일어나다, 떨치다’라는 의미가 생겨났다. ‘振武(진무)’는 ‘武威(무위)를 떨치다’라는 말이며, ‘振作(진작)’은 ‘떨쳐 일어나게 하다’라는 말이다. ‘作’은 ‘어떤 행위를 하다’라는 뜻이다. ‘振興(진흥)’도 ‘떨쳐 일어나게 하다’라는 말인데, ‘振作’은 군대의 사기를 일으키는 경우, ‘振興’은 예술이나 학술을 일으키는 경우에 사용하는 말이다.

손으로 풀을 뽑을 때는 풀을 좌우로 흔들며 뽑는다. 이렇게 흔들리는 것이 떠는 상태로 보이기도 한다. 이로 말미암아 ‘振’에는 ‘떨다’라는 의미가 생겨났다. ‘振動(진동)’은 ‘떨며 움직이다’라는 뜻이며, ‘振子(진자)’는 ‘좌우로 움직이는 작은 기계 장치’이다. ‘子’는 ‘작은 것’을 총칭하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풀을 뽑은 후에는 그 풀을 버리게 된다. 이에 따라 ‘振’에는 ‘버리다, 내버리다’라는 뜻이 생겨났으며, 여기서 다시 ‘멎다, 그만두다’라는 의미가 생겼다. ‘버리다, 내버리다’는 어떤 상황의 종료를 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멎다, 그만두다’라는 의미에서 ‘정리하다, 정돈하다’라는 의미가 나왔다. 정리나 정돈은 곧 모든 행위가 끝나고 멎은 이후에 하는 행위이다.

허 성 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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