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다, 들어 올리다’라는 행위는 어떤 대상이 위로 향하게 되는 것이므로 여기서 ‘떨쳐 일어나다, 떨치다’라는 의미가 생겨났다. ‘振武(진무)’는 ‘武威(무위)를 떨치다’라는 말이며, ‘振作(진작)’은 ‘떨쳐 일어나게 하다’라는 말이다. ‘作’은 ‘어떤 행위를 하다’라는 뜻이다. ‘振興(진흥)’도 ‘떨쳐 일어나게 하다’라는 말인데, ‘振作’은 군대의 사기를 일으키는 경우, ‘振興’은 예술이나 학술을 일으키는 경우에 사용하는 말이다.
손으로 풀을 뽑을 때는 풀을 좌우로 흔들며 뽑는다. 이렇게 흔들리는 것이 떠는 상태로 보이기도 한다. 이로 말미암아 ‘振’에는 ‘떨다’라는 의미가 생겨났다. ‘振動(진동)’은 ‘떨며 움직이다’라는 뜻이며, ‘振子(진자)’는 ‘좌우로 움직이는 작은 기계 장치’이다. ‘子’는 ‘작은 것’을 총칭하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풀을 뽑은 후에는 그 풀을 버리게 된다. 이에 따라 ‘振’에는 ‘버리다, 내버리다’라는 뜻이 생겨났으며, 여기서 다시 ‘멎다, 그만두다’라는 의미가 생겼다. ‘버리다, 내버리다’는 어떤 상황의 종료를 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멎다, 그만두다’라는 의미에서 ‘정리하다, 정돈하다’라는 의미가 나왔다. 정리나 정돈은 곧 모든 행위가 끝나고 멎은 이후에 하는 행위이다.
허 성 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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