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화의 길 눈치 안보고 갈뿐”…‘길’ 개봉 배창호 감독

  • 입력 2006년 10월 2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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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사냥’ ‘깊고 푸른 밤’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기쁜 우리 젊은 날’.

40대 이상치고 배창호 감독이 만든 이 영화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1980년대를 대표하는 감독 배창호가 각본 감독 주연을 맡은 ‘길’이 제작 3년 만인 11월 2일 개봉된다. 제작비 5억 원에 25명의 스태프가 모여 만든 독립영화, 그의 철학과 삶이 녹아 있는 작가주의 영화다.

“요새는 제작비가 하도 많이 들어 투자자에게 ‘간택’이 돼야 영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눈치 안 보고 하고 싶은 얘기 하려면 독립영화밖에 방법이 없죠. 그런데 독립영화라 배급사를 찾기가 힘들더군요.”

그의 이런 시도는 ‘러브스토리’ ‘정’에 이어 세 번째다.

영화는 장터를 떠도는 대장장이 태석(배창호)의 삶을 통해 사랑과 용서를 그려 낸다. 상처를 안은 사람들이 길 위에서 서로 용서하고 용서받는 과정이 1950∼70년대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 펼쳐진다. 경상도 출신인 그는 진한 전라도 사투리를 배워 가며 주연 연기에 도전했다. “연출보다 연기가 더 힘듭니다. 사람들이 영화 시작하고 한참 지나야 내가 출연한 줄 아니 성공한 것 아닌가요? 허허.”

‘길’은 영화인의 길을 걸어온 그 자신의 얘기다. 그는 “로댕이 ‘산업화되면서 장인들의 기쁨이 없어졌다’고 했는데 지금의 영화 시장도 자본의 간섭 때문에 창작의 기쁨이 사라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그렇지만 여건이나 시대 흐름을 탓하기보다는 상업영화든 독립영화든 개의치 않고 조용히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극 중 태석의 대사는 배 감독의 마음을 대변한다.

“돈 벌려고 대장장이가 되었간디? 이 대장장이 일은 말이여, 속에서 불댕이가 솟대끼 화가 나고 오장육부가 지글지글 녹대끼 걱정이 있어도 매질만 한 번 하고 나면 갠허게 없어지는 걸 다른 이들은 모를 것이여.”

제14회 필라델피아 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제4회 광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서울 스폰지하우스(시네코아)와 광주 광주극장, 대구 동성아트홀에서 만날 수 있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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