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번뇌 씻는 화합의 힘

  • 입력 2006년 9월 28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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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덥고 지루했던 여름 더위도 지나고 이제는 확연한 가을로 접어들었다. 며칠만 있으면 우리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이다. 어렵고 힘든 삶이지만 이날만이라도 온 집안 식구들이 함께 모여 서로를 격려하고 웃음이 묻어나는 오붓한 명절이 되기를 기원한다.

요즘 신문이나 방송을 접할라치면 은근히 겁부터 나는 경우가 있다. 기분 좋은 기사나 희망이 솟아나는 정보보다 자신과 자신이 속한 단체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더 많이 본다.

그간 국가적으로 큰 홍역을 치러야 했던 방사성폐기물처분장 건설, 사패산 관통도로 건설, 현직 대통령 탄핵 소추, 수도 이전 등 너무나 많은 시비와 갈등이 있어 왔다. 그리고 지금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평택 미군기지 이전 문제로 크고 작은 대립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기야 중생이 사는 사바세계에 어찌 갈등과 다툼이 없겠는가마는 우리 사회는 그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걱정마저 든다.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하다. 이럴 때일수록 이 세상을 먼저 살아오신 성현들의 지혜를 빌릴 때라는 생각이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육화예경에 대해 법문을 설하셨다. 법문이 끝나자 한 비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만약 의견충돌이 생겼을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옳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계율과 율이 아닌 것을 가릴 것이요, 범하고 범하지 아니한 것을 가릴 것이요, 가볍고 무거운 것을 가릴 것이요, 여지가 있고 없고를 가릴 것이요, 추악하고 추악하지 아니한 것을 가릴 것이요,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가릴 것이요, 막을 것과 막지 아니할 것을 가리며, 말할 것과 말하지 아니할 것을 가려서 화합에 힘써라.”

아무리 옳은 주장이라도 정당하고 정당하지 않은 방법, 무겁고 가벼움, 선과 후를 가리지 않고 자기주장만 한다면 다수의 지지를 받을 수가 없다는 말씀이다.

말없는 절대다수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사회, 대립과 갈등을 걷어내고 화합할 수 있는 방안을 서로 모색하는 사회, 그런 사회가 살맛 나는 세상이다.

능해 보우승가회 사무총장 서울 대모산 불국사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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