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짱돌입니다. 저는 작고, 단단하며, 균형 있고, 완벽한…‘2등신’입니다!(허리를 앞으로 굽혀 몸을 접으며) ‘고이 접어 폴더레라’.”(키 156cm, 몸무게 56kg 여배우)
8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에서는 연극 ‘굿바디(The Good Body)’에 출연할 주연 여배우를 찾는 이색 오디션이 열렸다. 참가 자격은 ‘스스로의 몸을 굿바디라고 생각하는 여배우’. 오디션 과제는 ‘자신의 몸에 대해 솔직하게 1분 동안 이야기할 것’이었다.
이날 참가한 여배우는 모두 44명. 키 173cm에 몸무게 53kg의 ‘섹시 S라인’부터 168cm에 85kg의 ‘쏘리(Sorry) S라인’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자신의 몸에 대한 진솔한 고백을 털어놓았다.
작은 키(154cm) 때문에 늘 아동 역할만 맡는 것이 싫어 운동화 밑창에 생리대를 겹쳐 넣고 ‘숨어 있는 7cm’를 만들었다는 여배우, 예쁘고 늘씬한 외모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연기해도 늘 섹시하다는 평만 받는다는 여배우, 어릴 때 성추행당한 기억 때문에 자신의 몸이 싫었다는 여배우….
오디션에서 솔직하게 털어놓은 여배우들의 몸 이야기는 6명의 심사위원을 웃기고, 울렸다.
심사를 맡은 이지나 연출은 “오디션 심사는 냉정해야 하는데 여배우들이 그동안 갖고 있던 몸에 대한 고민과 아픔을 들으면서 너무 슬펐다”며 “오디션 자체가 이미 이 연극의 메시지를 전하는 한 편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굿바디’는 ‘버자이너 모놀로그’로 유명한 희곡작가 이브 엔슬러의 작품. 여성들에게 ‘내 몸을 억압하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나 자신’임을 일깨우며 “당당해져라, 자기 몸을 사랑해라, 그리고 함부로 고치지 마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11월 17일부터 서울 대학로 두레홀 3관에서 공연된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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