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왜곡-신사참배 반대 日정계 작지만 곧은 소리죠”

  • 입력 2006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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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서영아 특파원
도쿄=서영아 특파원
일본 공산당은 일찌감치 프롤레타리아 혁명 포기를 선언하고 합법 활동의 길을 걸어온 원내(중의원 7석, 참의원 7석) 정당이다. 평화헌법 수호, 역사 교과서 왜곡 저지, 야스쿠니신사 참배 반대를 일관되게 주창하고 있다. 우경화하는 일본 정계 주류와는 결이 다른 목소리다.

그 일본 공산당의 대표가 사상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7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 정당 국제대회 참석차 방한하는 일본 공산당의 시이 가즈오(志位和夫·51·사진) 위원장을 1일 도쿄(東京) 시부야(澁谷) 구의 공산당 중앙위원회 당사에서 만났다.

―북한 조선노동당 등 다른 나라 공산당과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우리는 소련 공산당의 침략주의에 반대했습니다. 소련 공산당이 망했을 때 환영성명을 내기도 했으니까요. 북한 노동당과는 1980년대 초부터 절연 상태입니다. 1970년대에 김일성 주체사상 강요운동이 일본에서도 시작됐지만 일본 공산당은 이를 비판했습니다. 1983년 미얀마에서의 아웅산묘소테러사건과 일본 어선 나포 총격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우리가 사회주의에 ‘테러는 있어서는 안 된다’며 비판하자 북한이 ‘적에게 가담했다’는 비난을 했습니다. 이후 관계가 단절됐습니다. 1987년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사건 때도 우리는 북한을 비판했습니다.”

―북한의 핵개발, 미사일 위협, 납치문제 등도 모두 비판하는 건가요.

“북한이 벌이는 국제적 불법행위는 준엄히 비판해야 합니다. 다만 북-일 평양선언의 정신이나 6자회담, 특히 지난해 9·19합의의 정신은 살려야 한다고 봅니다. 북한이 불법행위를 그만두고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그는 기자에게 일본 공산당 기관지 아카하타(赤旗)의 1931년 3월 1일자와 1932년 3월 1일자를 보여주며 “모두가 제국주의 침략전쟁을 옹호하는 분위기에서 공산당만이 조선과 대만의 독립을 외쳤다는 것은 자랑할 만한 역사다. 일본에도 조선 독립운동에 연대해 싸운 세력이 있다는 것을 한국 분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보여준 아카하타는 조악한 등사판이지만 매년 ‘3·1기념일’이란 제목으로 조선독립을 위해 연대해 싸우자고 호소하는 기사가 두 쪽에 걸쳐 빼곡히 실려 있었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이 개헌을 최우선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일본의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 아닙니까.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세력이 많지만 그 대항세력도 있습니다. 가령 ‘헌법 9조 수호운동’을 벌이는 ‘9조회’가 전국에 5000개가 넘게 조직돼 있습니다. 노벨상 수상작가인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씨 등이 지방을 돌며 벌이는 ‘9조회’ 강연은 늘 대성황입니다. 개헌문제는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니 어느 쪽이 지지를 더 많이 확보하느냐가 관건이죠. 지난한 싸움이 될 겁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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