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신화속 ‘진짜’를 찾아서… ‘신화 추적자’

  • 입력 2006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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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추적자/마이클 우드 지음/360쪽·1만5000원·웅진

아서 왕과 엑스칼리버, 솔로몬 왕과 사라진 성궤, 지상낙원 샹그릴라….

굳이 영화 ‘인디아나 존스’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수많은 신화는 시, 소설, 영화 등 대중문화 속에서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며 대중의 마음을 잠식해 왔다. 역사와 달리 신화는 이야기 자체가 환상적이고 재미있다. 보통 사람들에게 신화, 전설이 실제 역사보다 더 중요할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 책은 신화를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닌, 문자로 기록되기 이전의 역사를 담은 인류의 ‘기억’이자 고대인의 삶과 세계관을 보여 주는 ‘메타포’로 보는 데서 시작한다. 민간전승으로 내려오는 ‘진짜’ 사실들이 여러 세기를 거쳐 세부적인 요소들이 덧붙여지면서 소설 같은 서사체(신화)가 확립됐다는 것.

영국 왕립역사학회 회원이자 BBC 역사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인 저자는 신화가 단지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실제 역사적 사건, 인물을 토대로 한 이야기라는 전제하에 신화의 원형을 추적한다. 저자와 BBC 다큐멘터리 팀은 서구 문화 이해의 근간이 되는 샹그릴라, 아르고호 원정대, 시바의 여왕, 아서 왕 이야기가 긴 시간 동안 전파되는 과정과 인류가 수천 년간 신화로 만들고 필요에 따라 다듬어 온 방식을 더듬는다.

신화의 배경이 되는 장소 탐사, 구비 전승되는 이야기의 채록, 고문서와 발굴 자료 분석 등 신화 곳곳에 감춰져 있던 ‘사실’이 빛을 받는다. 저자는 예수회 선교사의 기록과 이탈리아 탐험가의 사진집을 추적해 지상낙원 샹그릴라는 17세기 말 종말을 맞은 인도, 네팔, 티베트 접경 히말라야 산 골짜기의 구게 왕국이었음을 밝혀낸다.

또한 기원전 1300년 무렵 왕위의 상징인 황금 양털 가죽을 얻기 위해 해 뜨는 나라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아르고호 원정대 이야기는 기원전 650년∼기원전 600년경 그리스 식민지 건설이란 역사적 배경 속에 벌어졌던 문명 간의 충돌로 규정한다. 아서 왕 신화는 스코틀랜드 클라이드 계곡에 있던 달리아다 왕국의 왕자 아르투이르가 그 모델이었음을 제시한다.

서구에서 지혜의 여신 소피아, 영원한 모성(母性) 이시스 등과 동일시되는 시바 여왕은 기원전 10세기경 홍해 연안에서 예루살렘에 이르는 향료 교역의 주역인 에티오피아의 악숨, 예멘의 마리브를 통치한 여인으로 추정한다.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 ‘현장 냄새’가 풀풀 난다는 것. 풍부한 사진, 다양한 문헌과 그림, 다큐멘터리 PD인 저자의 비주얼적 글쓰기와 구성 감각은 책을 읽는 건지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건지 헷갈리게 한다. 원제 ‘In Search of Myths and Heroes’(2005년).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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