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 “YG표 힙합 세계무대서 승부”

  • 입력 2006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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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세지감이에요. 파릇파릇한 '지누션' 멤버들이 유부남이 됐고 10대 때 만난 '원타임' 멤버들은 아저씨가 되려고 하니…."

'10년' 얘기를 꺼내자 그는 한숨 섞인 웃음부터 흘렸다. 힙합 바지, 레게파마가 어울리던 세월을 뒤로 하고 이제 그는 검은색 정장 바지에 드레스 셔츠를 입고 앉아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아이들 중 한 명으로 소개하던 인사법도 이젠 명함으로 대신한다. 격세지감은 바로 양현석(36) 자신을 두고 하는 말 같다. 한국의 대표 흑인음악 기획사인 YG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사'로 바뀐 그의 호칭처럼.

"지하실 단칸방에서 3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사업이 벌써 10년이라니. 가장 기쁜 건 얼굴과 상관없이 실력만 있으면 좋은 가수가 된다는 걸 보여준 것이죠. 여자그룹 '빅마마'가 인기를 얻은 것처럼 말이죠."

그가 회사 설립 10주년을 기념해 꾸민 월드투어 '패스트 프레젠트 & 더 퓨처'는 세계 진출을 위한 포석과도 같다. 19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을 시작으로 9월 8일 일본 오사카 그란큐브홀, 10일 도쿄 국제포럼 A홀, 10월 18일 미국 워싱턴DC, 20일 뉴욕, 21일 로스앤젤레스 등을 돌며 '지누션', '원타임', '빅마마', 거미, 세븐 등 YG사단 가수들이 데뷔 순서대로 나와 무대를 꾸민다. 공연의 첫 무대는 10년 전 그가 처음으로 프로듀싱을 한 그룹 '킵식스'가 맡았다. 월드투어와 함께 YG아메리카, YG재팬 등 세계 지사가 설립된다. 세븐은 미국, 렉시는 인도네시아, 신인여가수 메이다니와 신인그룹 '빅뱅'의 멤버 G드래곤은 일본 등 YG사단의 해외 진출도 줄을 이을 예정이다.

"이제 YG엔터테인먼트 가수들은 70% 이상 해외 활동에 주력할 예정이에요. 한국 음악 시장은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졌어요. 마치 낚시대를 던져놔도 고기가 물리지 않는 상태라고 할까요?"

촌스럽게 웃던 그의 얼굴이 웃음을 멈췄다. "나에게 2006년은 기로에 놓인 해"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은 마냥 희망찬 모습은 아니었다.

"요새 가장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최근 들어 세븐, '빅마마', 렉시 등의 음반 판매량이 전작에 못 미친다는 지적을 받고 얼마 전에는 아들 같던 휘성이 YG를 떠났죠. '양현석의 전성기도 이제 끝난 것 아니냐'는 말에 저 역시 공감합니다. 무엇보다 YG표 힙합이 정체된 느낌이 드네요."

그러나 이내 웃으며 '새출발'이라는 단어를 외쳤다. 이번 월드투어 때 데뷔하는 남성 6인조 아이돌 그룹 '빅뱅'과 하반기 데뷔를 앞둔 여가수 메이다니 등 10대 스타들이 그의 새출발 징표. "과거 '실력파 YG군단'과는 달리 다소 아이돌스럽다"고 말하자 "가수 비의 성공을 보고 내가 그동안 너무 음악에만 몰두한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받아 쳤다. 이제는 '스타'성 있는 가수들이 가요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과거 10년, 앞으로 다가올 10년 등 여전히 그의 입에선 음악 얘기만 흘러나왔다. 이제 숨 좀 고르고 삶을 가꿔도 될 텐데. 그러자 다시 촌스러운 '양현석'표 웃음이 흘러나왔다.

"제 최종 목표는 건실한 가장이에요. 40대 중반까지는 미친 듯이 일하고 그 후에는 결혼해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마흔 되기 전에 내 어린 가수들이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해야겠죠."

올해는 '서태지와 아이들' 해체 1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제는 대학생, 직장인이 돼 버린 '서태지와 아이들'의 팬들. 아직도 재결합을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소식은 없는지 묻자 수줍은 듯 배시시 웃어보였다.

"미련은 있지만 너무 멀리 온 것 같아요. 록에 빠진 태지와 힙합을 하는 저, 그리고 춤꾼 주노 형이 만나면 각각 따로 놀 것 같아요. '서태지와 아이들'은 예쁜 사진첩이라 생각하고 책장에 꽂아둘래요."

하지만 그는 "에이… 아니다. 사실 저도 잘 몰라요"라며 이내 말을 바꿨다. 영원히 'X세대'일 것 같던 그의 눈가에도 어느덧 주름이 하나둘 자리 잡고 있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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