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구술잡기]세계명작 속에 숨어있는 과학 Ⅰ, Ⅱ

  • 입력 2006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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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명작 속에 숨어있는 과학 Ⅰ, Ⅱ/최원석 지음/Ⅰ권 220쪽, Ⅱ권 224쪽 각 권 9800원·살림

‘코끼리만큼 커진 개미’와 ‘개미만큼 작아진 코끼리’가 존재할 수 있을까? 영화나 소설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데 이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면? 대학들은 교과서 밖의 세상을 과학적으로 답하라고 요구한다. 예시문제가 발표될 때마다 학생들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는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걸리버의 여행에 동승해 보자. 걸리버는 키가 15cm인 소인국 사람보다 1728배나 덩치가 컸다. 이것은 조너선 스위프트가 12진법에 따라 길이의 세제곱을 통해 얻은 부피의 결과 값이다. 덩치가 커지면 세포 수나 근육의 단면적이 달라진다. 중력과 몸무게도 팔다리와 신체구조에 영향을 준다. 그러고 보면 개미(소인국)와 코끼리(대인국)의 차이는 이미 어린 시절에 다뤄 봤을 문제 상황일 뿐이다.

동화야말로 상상력의 무궁한 원천이다. 전승되어 온 민담을 각색한 것도 많아 인류의 오랜 꿈과 지혜가 담겨 있다. 삶의 교훈뿐 아니라 숨어 있는 과학의 원리도 가득하다. 이 책이 동화를 넘나들며 자극하는 과학적 호기심은 암기로 굳은 정신의 장벽을 가뿐히 넘게 해 준다.

동화 속의 모티브는 그 자체로 과학적 상상력을 제공한다. 백설공주의 계모는 알고 싶은 핵심정보를 거울에게 묻는다. 거울은 누가 가장 예쁜지, 백설공주가 어디 있는지를 정확히 알려 준다. 계모의 거울에서 우리는 현대판 검색엔진이자 위치를 알려 주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의 아이디어를 읽을 수 있다.

상상을 현실로 재조명하는 일은 어떨까. 인어공주는 마녀에게 목소리를 주는 대신 인간의 다리를 얻는다. 저자는 인간의 성대 구조와 소리의 전달 과정 등을 따져 후두 이식의 원리를 탐구한다. 또한 반인반어였던 공주가 사람이 되는 과정을 통해 수중 동물이 육상 동물이 되는 변태의 원리를 설명한다.

스쳐 지나온 이야기들이지만 그 조건을 탐색하는 것도 흥미롭다. 숲 속의 공주가 100년 동안이나 잠자면서 죽지 않고 살아 있으려면 겨울잠을 자거나, 냉동 인간이 되어야 가능하다. 또는 상대성이론에서 말하는 시간 지연 효과도 상정할 수 있다. 라푼젤의 왕자가 올라탈 수 있는 머리카락, 헨젤과 그레텔을 유혹한 과자 집은 생화학이나 연금술의 세계로 여행하는 출발점들이다.

과학적 탐구는 클릭으로 얻어지는 지식이 아니다. 통합교과적 사고도 마찬가지다. 암기식 공부에 머물지 말고 지식의 심층을 연결시켜야 한다. 학생들은 이 책에서 온갖 과학적 원리가 펼쳐지는 16개의 동화 나라를 탐험하게 될 것이다. 당연했던 세상을 새롭고 멋지게 만드는 사고의 힘, 과학의 상큼한 맛도 놓쳐선 안 될 일이다.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철학·논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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