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실열풍… 와! 이홍 짱! 이우

  • 입력 2006년 7월 12일 03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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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황제의 막내딸 덕혜옹주(왼쪽)가 일본 유학을 떠나기 전 부산항으로 가는 기차 난간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 제공 서울대박물관
고종황제의 막내딸 덕혜옹주(왼쪽)가 일본 유학을 떠나기 전 부산항으로 가는 기차 난간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 제공 서울대박물관
1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박물관 2층 특별전시실. 한 20대 여성 관람객이 대형 사진 앞에서 오랫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사진 속 인물은 또렷하지만 슬픈 눈망울을 한 기모노 차림의 소녀. 고종황제의 딸 덕혜옹주가 1925년 일본으로 강제 유학을 떠나기 직전인 13세 때의 모습이다.

서울대박물관이 대한제국 황실 관련 사진 110여 점을 전시하고 있는 ‘마지막 황실, 잊혀진 대한제국’ 사진전에는 5월 30일 전시회 시작 이래 6000여 명이 다녀갔다. 대학 박물관의 전시회로는 이례적인 관람객 수다. 전시를 기획한 선일(39) 학예연구원은 “관람객 수도 수지만 연령대가 다양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최근 각 포털 사이트에서는 ‘얼짱 황손’이라는 제목의 흑백사진 한 장이 화제를 모았다. 사진의 주인공은 고종황제의 아들인 의왕(의친왕·1877∼1955)의 둘째 아들 이우 씨.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원자폭탄에 피폭돼 33세를 일기로 생을 마쳤다.

사진 아래에는 “일본에서도 조선말을 쓰고 ‘황성옛터’를 불렀던 호걸로 일본인과 결혼시키려는 일제의 압력을 거부하고 박영효의 손녀 박찬주와 결혼했다”는 설명이 덧붙어 있다.

누리꾼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가수 에릭을 닮았다”, “기개가 황손답다” 등 외모와 인품을 칭송하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일제 강제합병에 의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 대한제국 황실이 1세기 만에 대중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한국을 입헌군주제 국가로 가정한 MBC 드라마 ‘궁’이 큰 인기를 모았던 데다 독도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이유로 꼽힌다.

일부 ‘황실 마니아’들은 인터넷 카페를 결성해 ‘황손을 예우하자’ ‘황실을 복원하자’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다음에 개설된 ‘대한황실재건회’와 ‘우리황실사랑회’.

각각 회원 4500명이 넘는 두 카페는 주축 회원이 30, 40대인 것이 특징이다. ‘대한황실재건회’의 운영자 이종엽(32) 씨는 “회원들의 공통점은 역사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라며 “회원끼리 근대 역사 관련 자료를 교환하고 황실의 역사를 담은 전단지를 일반인에게 배포하는 홍보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의 원작만화 ‘궁’을 쓴 박소희 작가도 이 카페 출신이다.

‘우리황실사랑회’의 대표 전종현(39) 씨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일제 강점을 막아내지 못한 황실의 무능을 폄훼하는 분위기였지만 자학적인 사관을 극복한 요즘에는 황실을 재조명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황실 신드롬 속에서 의왕의 손녀인 이홍(31) 씨가 최근 탤런트로 데뷔하기도 했다. 이 씨의 부친은 노래 ‘비둘기 집’으로 유명한 이석(65) 씨. 이홍 씨의 본적은 서울 종로구 안국동 175번지로 바로 경복궁의 옛 주소다.

이홍 씨처럼 대중 앞에 자신을 드러낸 황실 자손도 있지만 대부분은 국외에 거주하거나 국내에서 은인자중하고 있다.

의왕의 손자로 국립고궁박물관 연구자문위원인 이혜원(51) 씨는 “조부는 슬하에 13남 9녀를 두셨지만 대부분 일본에 끌려가 살다가 그곳에서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문화평론가 서정신(40·여) 씨는 “황실에 대한 높은 관심은 ‘우리나라가 일제의 식민지가 되지 않았다면’이라는 가정법적 사고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며 젊은 층들의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이 황실의 의미를 재해석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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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 기자 snow@donga.com

▶[도깨비뉴스]전설의 꽃미남, 비운의 ‘얼짱왕자’ 이우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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