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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7월 7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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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肖’는 ‘小(작을 소)’와 ‘肉(고기 육)’을 합친 글자이다. 이는 고깃덩어리를 작게 나누어 가는 것을 나타낸다. 고기를 아주 작게 나누면 어떻게 될까? 처음에는 네모난 고기나 둥그런 고기도 잘게 나누어 가면 결국 그 모양은 같아진다. 어깨 부위의 고기나 다리 부분의 고기도 아주 잘게 나누어 가면 결국 모양은 같아진다. 원의 넓이는 어떻게 계산하는가? 원을 아주 작은 정사각형으로 한없이 나누어간다. 그리고 그 정사각형의 넓이를 더하면 원의 넓이이다. 이를 보면 원을 수없이 나누어 가면 결국 정사각형이 된다. 이것이 수학의 微分(미분)이다. ‘微分’은 ‘미세하게 나눈다’는 뜻이다.
‘肖’는 잘게 나누어 가는 것을 나타내므로 최초의 의미는 ‘작다’일 것이다. 너무 작으면 없어지게 되므로 ‘없어지다’는 의미도 나온다. 그러나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작으면 비슷하게 되므로 ‘닮다’라는 뜻이 나오고, 이를 사람에게 사용하면 ‘모습이 닮다’가 될 것이다.
사람의 얼굴을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인 ‘肖像畵(초상화)’는 ‘모양이 닮은 그림’이라는 뜻이다. ‘像’은 ‘형상, 모양’이라는 뜻이다. 자식이 부모에게 자기 스스로를 지칭하는 ‘不肖子(불초자)’라는 말은 ‘부모님을 닮지 못한 자식’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 자식을 사랑하는 것을 닮아서 자식이 부모님을 사랑해야 하는데, 이를 닮지 못했다는 말이다. ‘不肖’는 스승이나 자기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자기 자신을 겸손하게 지칭하는 경우에도 사용된다. 이 경우에도 ‘훌륭한 당신을 닮지 못했다’라는 뜻이 된다. 편지 문장에는 대개 ‘不肖小生(불초소생)이 아뢰옵니다’라고 말하게 되는데, 이 경우의 ‘不肖小生’은 ‘훌륭한 당신을 닮지 못한 못난 사람’이라는 뜻이다.
허 성 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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