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광 새 소설집 ‘낙서문학사’

  • 입력 2006년 6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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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35) 씨의 새 소설집 ‘낙서문학사’(문학과지성사)는 시끄럽다. 그저 수다가 아니라 “마구마구 ‘썰’을 풀었다”고 할 정도다.

첫 소설집 ‘경찰서여 안녕’으로 ‘제2의 이문구’라는 호평을 받았던 김 씨. 그간 작품에서 선보인 의뭉스러움과 달리 새 소설집은 사회에 대한 독설로 가득하다. 전 세계 사람들이 축구와 섹스에 미쳐 있다는 점에 착안해 매춘과 축구를 결합한 ‘율려축구’라는 사업을 만들어 낸다든지(‘절멸의 날’), 직원 대부분을 명예 퇴직시키는 구조조정을 했다가 인력이 모자라 다음 날 그 사람들을 아르바이트로 고용한다는(‘망징패조편’) 묘사 등을 통해 작가는 모순된 세상을 향한 비웃음을 드러낸다.

특히 가시 돋친 수다로 가득한 소설은 ‘낙서문학’ 연작 두 편이다. ‘낙서문학사 창시자편’은 낙서를 문학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다 죽은 사내 유사풀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회고이고, ‘낙서문학사 발흥자편’은 낙서문학을 널리 알리겠다는 신념을 갖고 돈을 써대는 재벌 3세 이야기다.

‘낙서문학’에는 김 씨가 업으로 삼은 ‘문학’에 대한 지독한 조소가 넘쳐난다. 등단 9년을 맞은 작가는 문학의 본질, 작가라는 존재, 독자의 정체 등에 대해 비판적인 사유를 펼쳐 보인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다가 죽고 난 뒤에 떠받들리는 유사풀을 보고 “문학이라는 게 영 사기판 같다”고 한다든지, 낙서문학의 부흥이 자본을 이용해서 꾸며진 일이라는 게 알려진 뒤 “하지만 우리는 문학사에 남았잖아? 문학사에 돈으로 문학했다고 써 있나?”라고 말하는, 거침없는 발화(發話)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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