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허세와 겸손의 사이에서

  • 입력 2006년 6월 22일 03시 09분


코멘트
중국 국가종교사무국 예샤오원(葉小文) 국장은 종교문화교류협회장을 겸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장관급 위치다. 그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옆에서 종교를 포함한 다양한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핵심인물로 알려져 있다. 4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대규모 국제종교행사인 ‘세계불교포럼’ 역시 후 주석의 적극적 지원을 받으면서 그가 주도한 것이다.

최근 한중 학술교류 차원에서 동국대 이사 자격으로 베이징을 방문해 그를 만났다. 우리는 세계불교포럼의 성공적 회향(回向)은 예 국장이 후 주석을 잘 ‘설득’한 결과라며 그의 공로를 높이 샀다. 하지만 그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우선 후 주석을 ‘설득’시킨 것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후 주석이 자신의 보고를 받고 현명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누가 누구를 설득하거나 설득당한 것이 아니고, 지도자가 혜안(慧眼)을 갖고 판단한 결과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자기 능력과 성과가 있음에도 겸손과 하심(下心)으로 타인에게 공을 돌리는 그의 자비로운 마음 씀씀이에 우리는 가슴까지 훈훈해졌다. 아울러 중국 불교에 대해 큰 신뢰감을 갖는 계기도 됐다.

자신을 내세우는 데 급급하고, 어떤 일이 성사되면 먼저 자신의 공인 양 내세우며 허세주의에 찌든, 우리네 관료들의 성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허황된 과시와 무리한 허욕, 삿된 말과 그릇된 행동이 판치는 우리 사회의 정치인들은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진정 중생을 위해 자신을 뒤로 하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조화로운 세상(和諧世界 從心開始)’을 만들고 있는지 말이다.

영담 스님·경기 부천시 석왕사 주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