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홍창진/진심은 모두를 감동시킨다

  • 입력 2006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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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한 수녀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느 지역의 주교가 종신허원(수련을 마친 예비 수녀가 정식 수녀가 되는 예식)을 주례하려고 수녀원을 방문했다. 예식을 마치고 그 주교는 평소 이 수녀원에 살아 있는 성녀(聖女)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던 터라 “이 수녀원에 살아 있는 성녀라 불리는 분이 누구입니까”라고 물었다. 그런데 저 뒤에서 어느 수녀가 손을 들면서 “저예요” 하고 대답하더라는 것이다. 이 얼마나 웃지 못할 해프닝인가!

이번에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이와 비슷한 경우를 많이 경험했다. 아름다운 삶은 알아주는 것이지 주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누구의 삶을 평가할 때 진심을 보여 주는 것보다 더 감동적인 것은 없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때 천주교 사제들이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정부와의 대화를 주선하고 계엄군의 탱크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학생들을 보호하려고 노력했다. 이때 사제들의 수장인 주교님이 이 사건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는데 사건이 정리된 후 사제들이 주교님께 책임을 물었다. 그때 그 주교님은 사제들 앞에서 “죄송합니다. 저는 이 엄청난 사건 앞에 매우 두려웠습니다. 다시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용기를 내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 진실한 말씀을 들은 사제들은 더욱 그 주교님을 존경하게 됐다.

요즘 명사들은 ‘이미지 메이킹’이라는 전문용어를 중요하게 여긴다. 자기 이미지를 관리하는 것까지는 좋다. 그러나 거짓으로 꾸미는 것은 바로 냄새가 난다. 그 생명도 매우 짧다. 진정한 자기표현은 진심이다. 진심은 누구든 감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홍창진 신부·가톨릭 수원교구 사회복음화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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