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책과 장미 축제

  • 입력 2006년 4월 24일 03시 01분


지난해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NOP월드가 실시한 조사에서 한국인의 독서 시간은 세계 30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꼴찌로 나타났다. 1위인 인도인이 주당 10.7시간씩 책을 읽는 데 비해 한국인은 3분의 1도 안 되는 3.1시간이었다. 반면에 인터넷 등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은 12위로 많은 편이었다. 책은 멀리하고 컴퓨터는 끼고 사는 한국인의 면모가 드러난 조사였다. 물론 인터넷의 위세로 독서 기피 현상이 나타나는 건 세계적인 추세다. 일본이 ‘문자활자문화진흥법’을 서둘러 제정한 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한국은 독서문화가 미처 성숙되지 못한 상황에서 정보기술(IT) 강국이 돼 버렸다. 대학생을 매일 접하는 교수들은 젊은 세대의 사고력 논리력이 갈수록 떨어진다며 어두운 표정이다. 정보는 용케도 잘 찾아내지만 전체 맥락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기대 이하라는 것이다. 원인은 역시 독서 습관과 독서량 부족이다. 2004년 문화관광부 조사에서 학생층의 독서율이 89%로 1994년의 97.6%에 비해 급속히 추락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어제는 유네스코가 제정한 세계 책의 날이었다. 유럽에선 이날을 전후해 대대적인 독서 행사가 펼쳐진다. 영국은 시민축제로 승화시켰다. 런던도서관이 중심이 돼 ‘큰 소리로 책읽기’ ‘잠자기 전에 20분간 책읽기’ 캠페인을 벌이고 시낭송, 글짓기 대회를 연다. 유네스코가 강조했던 ‘책은 최선의 지식을 실어 나르고 최선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체’임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이런 행사가 절실한 곳은 어느 나라보다도 한국이 아닐까 싶다.

▷책의 날이 생긴 것은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책과 장미 축제’에서 비롯됐다. 해마다 4월 23일 열리는 이 축제에서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에게 장미 한 송이를, 여자는 사랑하는 남자에게 책 한 권을 선물한다고 한다. 초콜릿을 주고받는 소비성 행사보다는 고심 끝에 고른 한 권의 책을 장미와 교환하는 행사가 훨씬 멋지고 로맨틱하지 않은가. 우리도 이런 전통이 생기면 젊은이들의 책읽기에 도움이 될 듯싶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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