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산책]사랑 찾는 매머드…‘아이스 에이지2’

  • 입력 2006년 4월 2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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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빙기가 다가오자 고지대를 향해 목숨을 걸고 이동하는 빙하시대 동물들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담은 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 2’. 사진 제공 오락실
해빙기가 다가오자 고지대를 향해 목숨을 걸고 이동하는 빙하시대 동물들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담은 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 2’. 사진 제공 오락실
지구의 빙하기가 가고 해빙기로 접어든다. 매머드 매니와 나무늘보 시드, 검치호랑이 디에고는 동료들을 모아 안전한 고지대를 향해 대이주를 시작한다. 자신을 제외하면 어떤 매머드도 발견할 수 없는 현실에 종족의 멸종을 걱정하는 매니. 그의 눈앞에 암컷 매머드 엘리가 나타난다. 하지만 섹시한 매머드 엘리는 자신이 매머드가 아닌 주머니쥐라고 믿고 있으니…. 매니는 ‘종족 보존’을 위해 엘리에게 온갖 ‘작업’을 걸기 시작한다.

빙하시대 동물들의 모험과 사랑을 그린 3D 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의 속편 ‘아이스 에이지 2’가 4년 만에 개봉된다.

속편에서는 ‘아이스 에이지’ ‘로봇’을 만든 블루스카이 스튜디오의 기술력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동물들의 털은 한올 한올 눈앞에서 아른거리듯 섬세하게 표현되었고, 매머드 캐릭터의 경우는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몸의 각 부위 근육이 생체의 운동리듬에 맞춰 연쇄적으로 움직이는 절묘한 운동감마저 거의 완벽하게 구현된다. 출렁이는 물 표면의 영롱하면서도 질척한 질감은 마치 스크린에 손을 대면 묻어날 듯 사실적이다.

캐릭터의 질과 양도 강화됐다. 도토리에 목숨 거는 부산한 다람쥐 스크랫은 여전하지만 악동 주머니쥐 형제와 호시탐탐 쫄깃한 생고기를 노리는 독수리, 그리고 악어와 상어의 선조인 듯 보이는 무시무시한 물속 악당들을 비롯해 쇠똥구리, 두더지 등을 연상시키는 각종 선사시대 동물 캐릭터는 홍수처럼 넘쳐 난다. 이는 캐릭터와 유머를 강화해 동심(童心)을 더 직접적으로 건드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기술과 캐릭터의 진화에 비해 영화는 이야기의 완결성에서 결핍을 드러낸다. 해빙기를 맞아 육지동물들이 필사적인 이주를 감행한다는, 영화의 대전제나 다름없는 긴장감이 두 매머드 매니와 엘리의 러브스토리가 본격화하는 영화 중반 이후 얼렁뚱땅 희석되면서, 영화는 줄기 이야기가 갖는 감정의 큰 낙차 폭을 스스로 축소시켜 버린다. 영화가 이런저런 잔 펀치를 수없이 날리면서도 정작 화끈한 KO 펀치가 없어 보이는 것도 마디 굵은 스펙터클이 취약한 영화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게다가 매니가 ‘종족 번식’의 강박에 짓눌려 엘리에게 갖은 구애를 벌이는 우습고도 절망적인 대목을 미취학 아동 관객이 개념적(혹은 생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창조력의 핵심은 기술력이 아니라 이야기꾼으로서의 인문학적 상상력에 있다는 진리를 ‘아이스 에이지 2’는 새삼 확인시켜 준다. 20일 개봉. 전체 관람 가.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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