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아내도 大家”… 소설가 이문열씨 부인 박필순씨 자수전

  • 입력 2006년 4월 2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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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필순 씨가 7년 동안 한땀 한땀 수를 놓아 만든 여덟 폭짜리 병풍 ‘일월곤륜도’를 남편인 소설가 이문열 씨와 함께 둘러보고 있다. 홍진환  기자
박필순 씨가 7년 동안 한땀 한땀 수를 놓아 만든 여덟 폭짜리 병풍 ‘일월곤륜도’를 남편인 소설가 이문열 씨와 함께 둘러보고 있다. 홍진환 기자
“남편 뒷바라지하면서 시간 날 때 수를 놓았을 뿐인 걸요.”(박필순 씨)

“평생 남편 그늘에 있다가 이제야 제 얼굴 내보이는 겁니다.”(이문열 씨)

소설가 이문열(李文烈·58) 씨의 부인 박필순(朴畢順·57) 씨의 자수전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19일 개막됐다. 활옷과 화관, 노리개, 이층장, 병풍 등 박 씨가 20여 년간 수놓아 온 작품 50여 점이 선보인다. ‘유명 소설가의 뒷바라지를 해 온 아내’로만 알려졌던 박 씨는 “늘 집안에서 수판을 펴 놓고 있었다”(이 씨)고 한다.

전시회장에서 만난 박 씨는 “옛날부터 전해져 오던 생활자수일 뿐”이라며 부끄러워했다. 버클리대 한국학과의 초청으로 미국 체류 중 일시 귀국해 함께 손님을 맞던 이 씨도 “촌사람들은 다 할 줄 알지, 뭘”이라면서도 즐거운 표정이었다.

틈틈이 수를 놓던 박 씨는 딸이 결혼할 때 혼례복과 혼수함 같은 것을 장만해 주고 싶은 욕심에서 1984년부터 자수 전문가인 고행자 씨에게 자수를 배웠다. ‘수를 놓다가 남편이 국수 말아 달라고 하면 말아 주고 와서 또 수를 놓을 만큼’ 푹 빠졌다고 한다.

전시작 중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7년 여간 수를 놓았다는 여덟 폭짜리 병풍 ‘일월곤륜도’다. 이 씨는 “이 사람이 이 ‘대작’을 만드는 동안 나도 ‘대작’을 쓰려고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면서 웃었다.

박 씨는 빼어난 자수 솜씨로 지인들에게서 종종 전시회 권유를 받았지만 고사해 왔었다. 올해로 결혼한 지 33년이 된다는 부부. 남편 이 씨가 정치적인 문제에 얽혔을 때도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는 박 씨는 “남편을 내조하는 일이 힘들기는커녕 즐거웠다”고 했고, 이 씨는 “그동안 힘들었을 텐데 오늘만큼은 아내가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전시회는 25일까지 계속된다. 02-736-1020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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