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백남준”49재 추모행사 시민참여 퍼포먼스로

  • 입력 2006년 3월 20일 03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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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저녁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에서 열린 백남준 씨의 49재 추모행사에서 일반 추모객 100명이 참여해 바이올린을 부수는 고인의 퍼포먼스 ‘바이올린을 위한 하나’를 재연했다. 연합뉴스
18일 저녁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에서 열린 백남준 씨의 49재 추모행사에서 일반 추모객 100명이 참여해 바이올린을 부수는 고인의 퍼포먼스 ‘바이올린을 위한 하나’를 재연했다. 연합뉴스
‘먼 길, 편히 가십시오. 굿바이 백남준!’

18일 오후 5시 50분부터 2시간여 동안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 앞마당에서 백남준 씨의 49재 추모행사가 유족과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퍼포먼스 형식으로 펼쳐졌다.

여성 무속인의 작두타기 등 굿으로 시작된 이날 행사는 고인의 장조카 켄 백 하쿠다 씨가 1961년에 백 씨가 바이올린에 줄을 매달아 끌고 다닌 ‘바이올린과 끈’을 재연하면서 본격적인 퍼포먼스의 막이 올랐다. 이어 어린이부터 할머니까지 일반 시민 100명이 일제히 바이올린을 내려쳐 부수는 ‘바이올린을 위한 하나’ 퍼포먼스(1962년)가 재연됐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추모객 1000여 명이 참여한 촛불 행진과 피아노 퍼포먼스. 추모객들은 줄지어 피아노에 촛농을 붓고 건반을 두드린 뒤 고인의 대표작 ‘다다익선’을 본떠 만든 촛불타워까지 행진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가족과 함께 퍼포먼스에 참여한 회사원 서범진(34·서울 종로구 명륜동) 씨는 “퍼포먼스를 통해 고인의 정기를 받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하쿠다 씨 등이 피아노를 뒤로 넘어뜨려 부순 뒤 촛불타워를 불태우는 것으로 행사의 막이 내렸다.

이 자리에서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존 핸하트 씨는 “고인은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든 사람이었고 많은 사람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워 준 스승이었다”고 추모했다. 하쿠다 씨는 “시민들이 참여해 가장 멋진 퍼포먼스가 펼쳐졌다”며 “삼촌께서 진정 기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추모식에는 백 씨의 부인 구보타 시게코 여사를 비롯해 작곡가 황병기, 수필가 이경희 씨 등 고인의 친구들,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장, 박명자 갤러리 현대 사장, 김홍희 쌈지스페이스 대표 등 미술계 인사들이 참석했으며 문정희, 윤후명 씨 등 문인들도 눈에 띄었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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