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프리즘]11번 슈팅에 겨우 한 골

  • 입력 2006년 3월 1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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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하는 데는 공격밖에 없다. 싸움터의 주도권을 쥔 쪽에 승리의 여신이 편을 드는 것은, 알렉산더 대왕이나 카이사르의 예를 들 것도 없이 전투의 기본이다. 자기들이 싸움터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전투에서는 언제나 승자가 되는 법이다. 이런 면에서 수비 위주의 이탈리아 축구는 문제다. 이것은 과거의 성공 체험에 매달려 있는 데 지나지 않는다. 수비 굳히기를 잘하느니 어쩌니 하며 좋아하고 있다가는 이탈리아는 언제까지 가도 이기지 못할 것이다. 독일 축구는 재미는 없지만 강하기는 하다. 쉽게 지지 않는다. 만약 독일 축구의 규율, 사명감, 책임감에 이탈리아 축구의 ‘판타지아(상상력)’가 가미된다면 독일은 아마 철벽이 될 것이다.”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의 이야기다. 그는 열혈 축구팬이다. 그는 축구장에서 옛날 로마인들의 전투를 읽는다.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은 그의 눈에 ‘로마 백인대장’으로 보인다. 그것도 선봉 돌격 중대 지휘관인 제1대대 제1백인대의 대장이다.

한국 축구는 매우 공격적이다. 늘 싸움터의 주도권을 쥐려고 노력한다. ‘게임의 지배’를 위해 몸을 던져 가며 투혼을 불사른다. 공격적인 면에서는 네덜란드 축구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문제는 네덜란드 축구만큼 창조적이지 못하다는 데 있다. 그렇다고 독일 축구처럼 ‘물샐 틈 없는 조직력’을 갖춘 것도 아니다. 늘 2%가 부족하다. 월드컵에서 한국과 맞붙을 코비 쿤 스위스 감독은 말한다.

“한국 선수들은 체력과 압박이 매우 강하다. 하지만 그것은 한국이 홈에서 싸웠던 2002 월드컵 이야기다. 독일에서는 다를 것이다. 더구나 한국은 공격에 비해 득점력이 빈약하다.”

그렇다. 그의 지적은 정확하고 뼈아프다. 한국은 득점을 하는데 품이 너무 많이 든다. 죽어라 뛰는 데에 비해 결과가 초라하다. 올해 가진 10번의 평가전에서도 슈팅수에 비해 득점이 빈약하다.표 참조

한국은 10번의 평가전에서 총 133번의 슛을 날렸지만 득점은 12골(9%)에 불과했다. 프리킥은 154개를 얻어 2골을 성공시켰으며 코너킥으로는 49개 중 단 한 개를 골로 연결시켰다. 한국은 1-3으로 패한 덴마크전을 제외하고는, 슈팅 수 133-62, 코너킥 49-23, 오프사이드 25-21에서 나타나듯 매우 공격적이었고 게임을 지배했다. 하지만 UAE전에선 슈팅 수 13-2의 압도적인 경기를 하고도 0-1로 무릎을 꿇었다. 코스타리카전도 슈팅 수 18-11, 코너킥 7-0에서 나타나듯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도 0-1로 패했다.

브라질, 잉글랜드, 프랑스,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독일 등의 강팀은 득점성공률이 20%대에 이른다. 네댓 번의 슈팅으로 반드시 1골을 뽑아낸다. 한국도 20%대는 몰라도 15%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그게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어차피 축구 경기는 수많은 불확실의 연속이다. 천하의 지단도 ‘똥볼’을 찰 수 있다. 상대와의 끊임없는 마찰은 예상치 않았던 수많은 ‘우연’을 만든다. 따라서 맨 처음 계획했던 전술 전략은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어야 한다. 이것은 벤치에 있는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결정해야 한다. 외국 감독들은 “한국 축구는 순진하다”고 말한다. 즉 한국 선수들은 감독이 경기 시작 전에 지시한 것만 고집스럽게 되풀이한다는 뜻이다. 상대가 그 전술을 알고 있어 번번이 막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만 한다. 슈팅도 그렇다. 상대 수비수에게 읽히고, 골키퍼에게 간파당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라도 한국 골잡이들은 ‘슈팅 이미지트레이닝’이 필요하다. 상상력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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