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샛별문화원 최지연 “한국무용으로 동포 자녀들 뿌리 알려요”

  • 입력 2006년 3월 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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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포 2, 3세들이 사춘기를 거치면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에 대한 질문으로 고민하는 것을 많이 봤어요. 세상 어디에서 살든 주체성과 역사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한국문화를 많이 접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 주 린우드 시 샛별문화원의 최지연(49·사진) 원장은 한국문화의 해외 전파에 관해선 큰 단체나 국가가 할 법한 일을 21년간 혼자 힘으로 해 왔다. 1983년 목사인 남편을 따라 시애틀로 이민 간 그는 1985년 4명의 어린이를 모아 한국무용단을 창단했다.

그 작은 무용단이 지금은 단원이 70명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고 21년간 미국과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1100여 차례의 공연을 해 왔다.

최근 자전적 에세이집 ‘별이 된 이슬’ 출간에 맞춰 방한한 그는 “처음 미국에 갔을 때 교포 2세들이 한국말을 못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아이들에게 한국문화를 알리려면 ‘눈에 보이는 문화’가 가장 좋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한국무용을 가르쳤다”고 말했다.

서울예고에서 한국무용을, 감신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했고 가야금 해금 거문고를 다룰 줄 아는 덕택에 아이들에게 무용과 악기를 가르칠 수 있었다. 처음에 ‘값싼 베이비시터’쯤으로 생각하고 아이들을 보내던 부모들도 공연을 본 후 생각이 달라졌고 입양아와 그 부모들도 국악과 한국무용을 배우러 오기 시작했다.

그는 미국 내에서 꽤 알려진 ‘한국문화 전도사’다. 1997년 워싱턴 주지사 취임식에서 개회식 서막 공연을 했으며 2003년 미국의 ‘에스닉 헤리티지’로부터 문화예술 공로상을, 2004년 ‘아시안 위클리’로부터 개척자상을 받았다.

공연을 다닐 때마다 초라하기 짝이 없는 각 지역의 한국박물관이 늘 마음에 걸렸던 그는 2003년 사재를 털어 린우드 시에 샛별문화원을 지었다.

최 원장은 “개인이 지었지만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생각에 문화원을 주에 헌납했다”면서 “2007년엔 예술학교를 지어 한국문화를 제대로 가르쳐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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