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약사 부부 둘째아이 키우기]<19>온천욕 후 눈곱

  • 입력 2006년 2월 10일 0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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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이 눈가에도 함박눈이 내렸네!’

며칠 전 때 아닌 함박눈이 온 세상을 뒤덮던 날, 지원이 오른쪽 눈은 누런 눈곱으로 뒤덮였다. 속눈썹 사이에 덕지덕지 달라붙은 눈곱 때문에 지원이는 한쪽 눈을 잘 뜨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우리는 이것이 어린 아기에게 잘 생기는 누관 막힘(눈물이 빠져나가는 구멍이 막히는 것)인지, 혹은 눈가에 염증이 생겨서인지, 또는 속눈썹이 흰자위를 찔러서 그런지 등 원인 찾기에 골몰했다.

눈을 자세히 검진해 봤지만 특별한 이상이 있어 보이진 않았다. 눈물길이 막혔으면 이전부터 문제가 생겼을 텐데 그렇진 않았다. 결막염과 같은 염증이 보이지도 않았다.

아무래도 얼마 전 지원이를 데리고 온천에 다녀온 것이 찜찜했다. 그곳의 최연소 손님이던 지원이는 단숨에 할머니들의 주목을 받았다. ‘예쁘다’는 감탄과 쓰다듬는 손길. 인기 세례가 즐거웠는지 아내는 지원이를 여러 사람에게 맡겼다. 그 와중에 지원이한테 감기가 옮았고, 그때 오른쪽 눈도 감염된 것으로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아이에게 갑자기 눈곱이 많이 낄 경우엔 최근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 간 적은 없는지 먼저 의심을 해 봐야 된다. 가장 많이 걸리는 것이 ‘감기 바이러스’로 알려진 아데노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다. 손이나 수건을 통해 옮기는 경우가 많다.

아내가 휴지로 눈곱을 제거하려고 하자 지원이는 도리질을 하면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눈곱 실랑이를 벌이다 아내는 끝내 지원이를 울리고 말았다.

눈곱을 제거할 때도 요령 있게 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다간 눈에 상처를 입힐 수 있다. 먼저 양쪽 눈에 눈곱이 심하게 생겼으면 얼굴을 물로 씻겨 줘서 자연스럽게 제거하는 게 좋다. 그러나 한쪽 눈만 그렇다면 다른 한쪽의 감염을 막기 위해 휴지나 거즈를 사용해 제거한다. 마른 눈곱이면 깨끗한 거즈에 따뜻한 물이나 생리식염수를 살짝 묻혀서 눈에 살짝 붙였다가 떼어 주면 된다.

아내는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눈에 항생제가 포함된 눈약을 발라 줬다. 흔히 처방되는 토브라마이신 성분의 안약 대신 에코리신 안약 처방을 부탁했다. 두 가지 항생제(에리스로마이신+콜리스틴)가 들어있는 에코리신 안약은 토브라마이신에 내성이 생겨 잘 안 듣는 경우에도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눈곱이 심하게 꼈을 때는 가족 모두에게 옮을 수 있으므로 수건이나 대야 사용도 조심해야 된다.

3일 정도 눈을 관리해 줬더니 지원이 눈에 피었던 ‘눈꽃’이 녹으며 예전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찾을 수 있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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