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특집/피플]김용섭-전은경씨의 별난 토크

  • 입력 2006년 1월 27일 0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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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은경(왼쪽) 김용섭 씨의 부부 수칙 1조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크자’는 것이다. 이들은 디지털 세계의 새로움과 아날로그의 인간미를 아우르는 게 사랑이라고 말한다. 변영욱 기자
전은경(왼쪽) 김용섭 씨의 부부 수칙 1조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크자’는 것이다. 이들은 디지털 세계의 새로움과 아날로그의 인간미를 아우르는 게 사랑이라고 말한다. 변영욱 기자
김용섭(34·www.digitalcreator.co.kr) 씨와 전은경(31·www.edesigner.pe.kr) 씨. 결혼한 지 5년 된 부부다.

이들의 주소는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 하지만 이들은 웹 사이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존재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이다.

김 씨는 대학 강사, 웹 미디어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1인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웹 디자이너 출신인 전 씨는 디자인 전문지 ‘월간 디자인’의 기자로 일하고 있다.

남편은 ‘날카로운 상상력’이라는 ‘튀는’ 문구가 적힌 명함을 쓴다. 아내는 자신이 쓴 책 제목처럼 디지털 시대에 능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디지털 이브’를 자처한다.

두 사람은 부부 칼럼니스트로 기고 활동을 하면서 인터넷 포털 ‘다음’에서 카페 ‘2030부부이야기’를 운영하고 있다. 2001년 결혼 이후 ‘결혼은 안 미친 짓이다’ 등 세 권의 책도 함께 냈다.

설을 앞두고 디지털 부부의 별난 이야기를 들어 봤다.

○ 설날

▽디지털 이브=이번 설에도 우리 집(경기 용인시)에 갔다 시댁(경북 예천군)에 가는 거지.

▽날카로운 상상력=그렇지. 교통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꼭 저녁에 출발해 새벽 무렵 예천 집에 살금살금 들어가니까 민망하기는 해.

▽이브=신혼 첫해 설날 아침에 늦잠을 잤는데 어머니와 형님이 식사 준비를 해놓고 기다렸지. 그때 생각나면 아직도 민망해.

▽상상력=막내며느리 덕 보는 거야.

▽이브=이번에도 부엌에서 전도 부치고 함께 일 해야지.

▽상상력=새삼스럽게 무슨?

○ 요리 & 파업

▽상상력=옛날에는 용기 있는 남자가 미인을 얻었고, 요즘에는 재미있는 남자가 미인을 얻지. 앞으로는 요리하는 남자가 미인을 얻게 될 거야. 요리도 하는 마음을 지닌 감성적인 남자가 뜬다는 얘기지. 설을 앞두고 이런 이야기를 하니 겸연쩍네.

▽이브=무슨 말 하려는지 알아. 요즘 야근이 많아 미안하기는 하다. 당신이 싫어하는 설거지는 남겨둬. 그건 늦더라도 내가 할게.

▽상상력=차라리 지난번처럼 집안일을 공동으로 ‘파업’해 버리자. 서로 집안일 하지 말자. 우리를 위해 가사가 존재하는 거지, 가사를 위해 우리가 존재하는 건 아니니까.

○ 경상도 출신 B형 남자 & 서울 출신 O형 여자

▽이브=설이 다가오니 옛날 생각난다. 당신, 경상도 출신 B형 남자에 막내잖아. 주변에서 보수적이면서도 바람둥이, 여자들이 경계한다는 두 가지를 모두 갖췄다고 했어. 여기에 웃으면 눈가에 잔주름이 잡히고, 컵을 잡으면 새끼손가락이 따로 올라가는 것도 카사노바의 전형이라는데.

▽상상력=엊그제 같은데 벌써 6년째 같이 살고 있네.(웃음) 당신은 서울 출신 깍쟁이에 현실적인 장녀지. 외적인 조건이 이렇게 다르기도 쉽지 않지. 둘 다 독신주의자였기 때문에 상대방을 불편하지 않게 한 게 아닐까. 나 괜찮은 남자 아닌가?

▽이브=(웃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0년 채우면 확실하게 알 수 있겠지.

○ 결혼 & 아이

▽이브=이번 설에 아이 얘기가 나올 것 같아 걱정스럽다. 얼마 전 시어머니께서 먼저 입양 얘기를 하셔서 조금 놀랐어.

▽상상력=우리 결혼하면서 5년간 아이를 낳지 말고 그 다음에 다시 얘기하기로 했지. 진짜로 서로에게 잘하자는 취지였지. 당신은 점점 출산하지 않는 쪽으로 마음을 굳히는 것 같아.

▽이브=자기 일 하면서 육아까지 하는 여성을 보면 존경스러워. 우린 아직 어려운 게 아닐까. 내 판단은 그래.

▽상상력=둘 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지. 하지만 출산이든 입양이든 그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조금 빠른 것 같아.

▽이브=‘결혼은 안 미친 짓이다’라는 책을 낸 지 2년이 지났네. 아직도 결혼은 미친 짓이 아니라고 생각해.

▽상상력=결혼은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이고 생활이란 거야. 결혼은 안 미친 짓이다라는 명제는 준비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말이야. 다시 밝히지만 난 결혼 예찬론자가 아니라 결혼 현실론자지.

○ 돈 & 사주

▽상상력=이번에 금에 투자해 손해 봤지? 어떤 상품인가 꼼꼼히 챙겨야지.

▽이브=나, 돈은 좋아하는데. 그런데 왜 매일 신경 쓰는 건 싫지. 당신 기억 나? 신혼 초 부부싸움 뒤 계속 살아도 될까라는 의문이 들어 처음 사주를 봤잖아. 한강 물이 말라도 당신 주머니는 마르지 않는다는 화수분 사주가 나왔어. 언제 돈 많이 벌어오나?

▽상상력=각자 통장에 있는 3000만 원. 그리고 아파트 전세금이면 성공한 거야.

▽이브=각자 수입은 자신이 관리해야지. 그래도 밥 먹고 당신 카드로 계산하면 공짜로 먹는 것 같아 좋더라. 지난해까지 1인 기업 한다고 직장도 그만두고, 대학원도 가고 서로 벌어놓은 돈을 쓰기만 했지. 돈 벌기 시작한 것은 요즘이야.

▽상상력=재테크보다는 자신에 대한 투자가 먼저야. 사람이 변화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일도, 결혼 생활도 힘들어.

▽이브=경제적인 고민 때문에 원치 않는 직장 생활을 했다면 지금 더 어렵겠지. 당신은 분유 값, 나는 기저귀 값 번다며 하기 싫은 일 억지로 하고 있겠지.

○ 책 & 취미

▽이브=이번에 낸 책 ‘대한민국 디지털 트렌드’는 어때? 17권째 인가? 무슨 책을 취미처럼 자주 내.

▽상상력=내가 책을 쓰는 것은 일종의 목표이자 정기 정리야. 대부분의 사람도 자기 주변에 많은 정보를 갖고 있어. 주변 사람에게 한번 책을 써 보라고 권하는데 100명 중 불과 2, 3명만 실천하는 것 같아.

▽이브=하여간 당신의 책 쓰는 감각과 노력은 존경스러워. 쉬운 일은 아닌데.

▽상상력=책은 당신의 내조 덕분이지. 당신이야말로 내 책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 아이디어의 공유자, 토론자, 최초의 독자니까.

▽이브=그런데 주변에서 왜 자꾸 당신이 손해 보고 산다고 하지. 당신도 그렇게 생각해?

▽상상력=….(웃음)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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