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그해 겨울엔 눈이 내렸네

  • 입력 2006년 1월 7일 03시 02분


◇그해 겨울엔 눈이 내렸네/크리스티앙 시뇰 지음·정미애 옮김/248쪽·8800원·솔

프랑스 작가 크리스티앙 시뇰(59)의 소설이다. 그는 ‘자연 예찬의 작가’로 불리는데 카트르 루트라는 시골 마을의 대가족에서 태어나 포도와 버섯 따기, 낚시 등을 하며 자랐다. 전원에서의 성장은 그의 작품에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인간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깃들게 했다.

시뇰은 대중적인 화법으로 매력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로 매년 한 권씩 새 작품을 내놓고 있는데 이 책은 2002년에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됐다.

주인공인 열 살 소년 세바스찬은 급성 백혈병으로 살 날이 석 달가량 남았지만 아버지는 바람이 나서 가출했고, 어머니는 세바스찬보다 더 절망적으로 돼버렸다. 남은 선택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는 시골로 돌아가 자연의 치유력을 얻어내는 것이다. 그는 시골로 내려가지만 “왜 하필 나야?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라며 한탄하기도 하고, 소독약 냄새가 진동하는 백색 병동에서 한 달에 일주일 이상씩 치료받아야 하는 처지를 비관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년은 어머니가 입양된 아이였음을 알게 된다. 아이를 낳지 못해 입양한 딸을 헌신적으로 키워낸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인간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된다. 세바스찬이 이겨냈다고 믿었던 병마와 마지막 전투에 들어간 순간 할아버지는 손자의 꺼져가는 생명에 작은 희망을 주기 위해 겨울 숲으로 들어가 ‘크리스마스 로즈(겨울 장미)’를 찾아 헤맨다.

고해와 같은 세상살이를 수채화 같은 목가적인 분위기 속에 녹여낸 이 소설을 읽어가노라면 생로병사란 고통이라기보다는 자연의 순환원리라는 깨달음이 스며드는 것 같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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