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씨 어제 미국행 “멀찍이 떨어져 작품만 쓸것”

  • 입력 2005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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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문열(李文烈·57·사진) 씨가 당분간 미국에서 글을 쓰기 위해 26일 오후 6시 비행기로 샌프란시스코에 건너갔다. 그는 이날 “그간 밀착해 온 우리 사회의 현실로부터 거리를 두고 본격적인 ‘글쓰기’에 전념하려고 미국으로 간다. 조용히 갔다가 조용히 올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1년 혹은 2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주 한국에 들어올 것이다. 괜히 (기간을) 못 박아서 거기 매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한국학과의 초청을 받아 체류 작가 자격으로 머물 예정이며 그간 완성을 미뤄 온 작품들에 본격적으로 손을 댈 계획이다. 그는 우선 지난해까지 인터넷 소설 사이트인 ‘e노블타운’에 실어 오던 “‘호모 엑세쿠탄스’를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설은 신성(神聖)스러운 초월자들을 처형하는 인간 집단을 다룬 작품으로 그의 출세작 ‘사람의 아들’의 연장선에 있는 대작이 될 것으로 큰 기대를 모아 왔다. 하지만 2003년 연재를 시작한 뒤 지난해 초 ‘e노블타운’의 사정 등으로 16회분에서 중단된 채 남아 있다.

또한 이 씨는 “유일한 대하소설인 ‘변경’(전 12권) 후속편의 구상을 미국에서 마무리하고 오래잖아 집필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후속편은 1980년대를 다루는 또 다른 그의 대하소설이 될 예정이지만 ‘변경’과 달리 정치 사회 문화를 소재로 한 3부가 별개의 소설을 이룬다.

“‘변경’에 나온 명훈 형제들이 다시 나올 겁니다. 운동권 학생이 된 명훈의 아들이 노동운동을 하는 명훈의 매부와 만나 사회운동에 나섭니다. (양공주) 영희는 복부인으로 부동산 투기에 나서고, 작가가 된 인철의 눈을 통해 문화계, 특히 문단의 모습이 전해질 겁니다.”

‘변경’ 후속편은 이 씨의 후기 작품세계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기 이천시에 있는 그의 자택을 지난주 찾아갔을 때 같은 뜰을 쓰는 ‘부악문원’은 신춘문예 투고를 마친 숙생들이 귀향해서 비어 있었다. 그는 미국 가서도 쓸 동아일보 연재소설 ‘큰 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를 위해 돋보기안경, 중문사전과 자치통감, 사기, 한서 등을 여행가방에 챙겨 넣고 있었고 둘째아들 내외가 전기밥솥과 믹서를 마련해 왔다. 부인 박필순(57) 씨와 둘이서 미국으로 떠난 이 씨는 “방이 두 개인 단출한 집을 구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가면 지명도나 작품이 국제화될 기회도 많아지는 게 아니냐”고 묻자 손을 내저으면서 “정말 그런 건 염두에 두고 있지도 않다. 문학이 읽히는 건 자연스러워야지 무슨 캠페인 하듯이 해서 되는 게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4월 집사람이 자수 전시회를 처음 열 예정이므로 3월쯤에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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