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이동우 사장 “사람과 사람과의 마음 이어주고 싶어”

  • 입력 2005년 12월 16일 03시 08분


코멘트
변영욱 기자
변영욱 기자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쓴 사람과 읽는 사람 사이의 대화다.

저자는 책을 통해 말을 걸고, 독자는 책을 통해 저자를 만난다. 그러나 이 같은 일방향 소통은 독자의 갈증을 풀기에 충분하지 않다. 북세미나닷컴(www.bookseminar.com)의 이동우(31) 사장은 그 갈증을 해소해 주는 것을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 가고 있는 사람이다. 돈벌이가 결코 쉽지 않은 아이템인 ‘북’과 ‘세미나’를 대상으로 ‘사람과의 소통 사업’을 꿈꾸고 있는 그를 만났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

그가 운영하는 북세미나닷컴은 저자와 독자의 만남을 주선한다. 방식은 저자의 강연에 이은 참석 독자들의 의견 교환. 참가비는 무료이고 저자의 육성을 듣고 싶은 이들은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저자도 강사료를 받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처음 시작한 이래 ‘북세미나’에는 이노디자인 김영세 대표, 방송인 백지연 씨, 서울대 산업공학과 이면우 교수,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전 사장 등 51명이 강연했다. 교보문고 문화이벤트홀 등에서 열렸고 매번 100∼300명이 참가한다.

세미나 참가비는 앞으로도 무료다. 이 사장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자리인데 저자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 다녀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출판계의 반응이 높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북세미나닷컴’에 세미나를 의뢰하는 저자나 출판사들이 늘고 있다. 경제 실용 부문의 서적을 낸 출판사들은 먼저 세미나를 요청해 오기도 한다.

이 사장은 하루 평균 한 권 이상의 신간을 읽고 나름의 기준으로 저자를 선정한다. 그는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저자가 반드시 베스트인 것은 아니다”며 “책을 읽고 저자와 대화를 나눈 뒤 강연 초빙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필한 책도 적지 않아 이런 저자들은 강연에서 밑천이 금방 드러난다고 한다.

이 사장은 경제 경영서를 소개하는 데 주력했으나 앞으로는 상상력의 샘이 되는 인문서의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책에서 인생을 배웠다

인터넷 기업에서 일하던 이 사장의 인생을 바꾼 것도 한 권의 책이었다. 피터 드러커가 쓴 ‘프로페셔널의 조건’.

“대기업이 사라지고 전문가들이 점조직을 형성해 사회를 움직인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제가 책을 워낙 좋아하니 책 쪽으로 전문화하자고 마음먹었죠.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뭔가 허전했던 체험에서 이 세미나 사업을 떠올렸습니다.”

1000만 원으로 시작한 북세미나닷컴은 1년 만에 3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직원 8명의 회사로 성장했다. 북세미나 외에 북 디자인과 시스템유통 부문에서 수입이 발생한다.

사업 재미에 결혼을 미룬 그는 “빚이 없는데다 투자 제의도 몇 차례 받았지만 본래 취지가 훼손될 것 같아 고민 중”이라며 “북세미나 콘텐츠가 기업의 직원 교육 자료나 여러 영상 매체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북세미나가 기반을 넓혀 가는 이유는 감동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책은 지식의 전달 채널이지만 그 이전에 사람과 삶에 대한 감동 상품이라는 것이다.

“머리에서 나온 이야기보다 삶 자체에 대한 이야기에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입니다.”

이 사장이 인상 깊게 꼽은 강사는 백혈병 어린이 돕기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탤런트 김명국 씨와 130kg의 프로레슬러에서 패션 모델로 변신한 김민철 씨. 이렇게 인연을 맺은 저자들도 이 사장에게는 값진 자산이다.

그는 내년에는 감독과 관객의 대화를 주선하는 ‘무비 세미나 사업’도 시작할 예정이다.

“아직 우리 사회에는 대화 문화가 보편적이지 않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를 이어 주는 작업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