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현미경 속 세상…‘신비한 미생물 체험전’ 가보니

  • 입력 2005년 12월 16일 03시 02분


코멘트
신기하고 신비로운 미생물의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신비한 미생물 체험전’이 15일 개막됐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미생물의 모형을 만질 수도 있고(위) 세균맨과 ‘매딕걸’의 안내를 받으며 입속 모형에서부터 굴 속 같은 위장, 소장 모형을 지나가면서 몸속 미생물을 관찰할 수도 있다. 권주훈 기자
신기하고 신비로운 미생물의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신비한 미생물 체험전’이 15일 개막됐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미생물의 모형을 만질 수도 있고(위) 세균맨과 ‘매딕걸’의 안내를 받으며 입속 모형에서부터 굴 속 같은 위장, 소장 모형을 지나가면서 몸속 미생물을 관찰할 수도 있다. 권주훈 기자
유치원생, 미생물 체험전에 가다.

“엄마, 파란색 감옥에 사람들이 갇혀 있어!”

“뭐야 뭐야.”

유치원생 형일이(7)가 대학노트만 한 화면에 코를 딱 붙인 채 탄성을 내지르자 동생(5)도 덩달아 흥분했다. 파란 바다 위에 둥둥 뜬 오렌지빛 동그라미는 감기균. 화면 돌리기 단추를 누른 형일이가 또 소리쳤다.

“야, 이건 소시지잖아. 근데 왜 옆에 실이 이렇게 많아?”

아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화면에는 핑크빛 몸체가 먹음직한 소시지 같은 그림이 떠올랐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장균(e-coli)이다. 형일이는 현미경 사진을 끊임없이 토해내는 화면을 돌리고 또 돌려 보았다.

○ 미국 20여 개 도시서 인기 끌어

국내 최초의 미생물 전시회 ‘신비한 미생물 체험전’이 15일 코엑스 장보고홀에서 개막됐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승인한 이 전시회는 이미 미국 20여 개 도시에서 많은 인파를 끌어 모았다. 최근 싱가포르 국립과학센터를 거쳐 우리나라에 상륙했다.

전시장 첫 번째 방은 15세기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을 주제로 했다. 당시 흑사병으로 사망한 사람들을 매장한 파리공동묘지를 재현했다. 음산한 이 방에는 새 부리 마스크를 쓴 마네킹이 관람객을 맞는다. 안내를 맡은 김현미 씨는 “미생물이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대표적 예”라고 설명했다.

다음 방인 이집트 파라오관을 지나자 어두컴컴한 방이 나타났다. ‘미생물 세계(microbes universal)’다. 천장에는 가시가 삐죽삐죽 솟은 열대과일을 닮은 독감 바이러스 모형이 둥둥 떠 있다. 손에 잡힐 듯이 보이는 3D입체 영상에는 총천연색 미생물이 가득하다.

현미경 슬라이드 사진 속의 미생물은 화려한 색깔로 형일이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이 방에서는 관람객들이 100배, 200배 확대 현미경을 직접 조작해 볼 수 있다.

○ 좋은 미생물도 있고 나쁜 미생물도 있네요

“이를 안 닦으면 하얀 이에 충치 균이 달라붙는대.”

안내자로 등장한 늘씬한 ‘매딕걸’ 김성아(26) 씨가 설명하자 어린이 관람객들은 “이 닦을 거예요”라고 입을 모아 소리쳤다. 굴 속 같은 위장, 소장을 지나 엉덩이 모형으로 빠져나왔다.

다음 코너는 부엌. 싱크대와 냉장고, 레인지 등에 기생하는 미생물이 벽에 빼곡히 안내되어 있다. 붙어 있는 방은 ‘나쁜 미생물’이 주인공이다. 안내 도우미 신주영(24) 씨는 “화장실 변기에는 나쁜 균이 산대요. 어떡해야 할까?”라고 아이들에게 질문했다.

“손 씻어야 해요.”

형일이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남극이나 화산 등 극한 지역에서도 생존하는 미생물을 소개하는 방에서는 미래의 바이오산업 모형도 함께 등장했다. 혈관 속에 들어간 나노 로봇이 몸속의 나쁜 미생물을 사냥하는 모형 앞에서 아이들이 떠날 줄 모른다.

○ 방귀체험관-과학연극 정말 즐거워요

어렵고 지루하기 쉬운 생명과학 전시회지만 유치원생부터 중학생까지 즐겁게 참여할 수 있다. 체험 활동을 통해 학습과 재미를 동시에 맛볼 수 있기 때문.

현미경 관찰과 미생물 퀴즈 등에 참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과학지식을 연극으로 만날 수 있다.

소극장 무대처럼 꾸민 엔터테인먼트 홀에서는 과학 교사들이 관객들과 미생물 연극을 만든다.

미생물 자료를 방영하는 영상관을 지나면 손 씻기, 방귀 체험관에 도착한다. 전시회 홍보대사인 방송인 박수홍 씨가 영상을 통해 손 씻기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이 코너에서는 아이들이 바로 손 씻기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개수대를 설치했다.

마지막 코너는 방귀체험. 살색 베개처럼 생긴 엉덩이 모형을 살짝 누르면 ‘부웅’ 소리가 울린다. 어린이들은 방귀 소리에 코를 막는다. 17개 전시관을 모두 둘러보는데 족히 1시간이 걸린다.

행사 주관사인 슈커뮤니케이션 김창옥 대표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과학을 체험하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가 주최하는 ‘신비한 미생물 체험전’(www.microbes.co.kr)은 내년 3월 5일까지 계속된다.


노향란 사외기자 ilgan99@naver.com

▼미생물 OX 퀴즈▼

① 어떤 미생물은 얼음에서 살며 실온에서는 살지 못한다.

② 미생물은 지구상에 알려진 가장 오래된 생명체이다.

③ 농장에서 미생물 없이 식물을 재배할 수 없다.

④ 미생물은 하수구에 사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⑤ 맥주와 와인은 미생물인 이스트로 만드는 술이다.

정답: ○, ○, ○, ×, ○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