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변화순]정보화 시대 선도하는 우먼파워

  • 입력 2005년 10월 1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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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파워가 갈수록 거세다. 올해 사법시험 2차 합격자 중 여성이 전체의 32.3%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도 여성 합격자의 비율이 24%에 이르러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는데 이처럼 여성 합격자 비율의 기록이 매년 경신되고 있는 것은 ‘여성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는 강력한 신호다.

문화예술계에서 여성은 이제 향유세력이 아니라 생산세력으로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공직의 두꺼웠던 남성의 벽을 깨뜨리고 남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여성들, 창의적 아이디어로 한국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하는 여성 최고경영자(CEO)들, 가장 보수적이라고 여겨지는 종교 분야에서도 여성 지도자가 늘고 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초중고교와 대학에서 여고남저(女高男低) 현상이 뚜렷하다. 성적은 물론 학생회장 선거 등에서도 여학생이 주도하고 있다. ‘학교에서의 여성 우위’는 수년 후 고스란히 사회로 옮겨진다. 여성부가 아니라 ‘남성부’가 필요한 시대가 올지도 모를 일이다.

여성시대의 배경은 무엇일까. 전통적인 농경 및 산업사회에선 육체적으로 강하고 활동성이 우월한 남성이 사회적 역할을 담당했다. 반면 여성은 가정에서 가사 및 정서적 역할을 수행했다. 이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회가 유지되는 바탕이었다. 하지만 지식 및 정보화 사회로 바뀌면서 요구되는 능력과 덕목이 바뀌었다. 근력(筋力)보다는 유연성, 창의성, 타인에 대한 배려와 부드러움 등이 중시되면서 여성들은 새로운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관에 비교적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지식’이 주요 생산 요소가 되는 지식기반 경제로의 이행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근로시간의 단축, 삶의 질 향상, 여가 소비의 확대는 문화 콘텐츠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고, 관련 분야에서 여성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는 이미 호주제 폐지, 성매매방지법 제정, 승진 및 배치에서 여성 일정 비율 할당제 추진 등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나아가 남성 중심 사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패러다임이 도입되면서 거대한 문명사적 전환이 일어날 조짐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전자 및 중공업 분야 등 하드웨어적 요소가 강한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이 소수임을 감안할 때 여성의 진출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이는 올해 유엔개발계획(UNDP)의 ‘여성권한지수’ 비교에서 한국이 80개국 중 59위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나타난다.

하지만 이미 많은 남성이 여성의 사회 참여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저출산과 고령화의 심화에 따른 변화로 가족은 재생산 및 부양 단위로서의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 여성과 남성의 영역이 상호보완적으로 바뀌면서 가정과 직장의 조화가 강조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가정 내 노동에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커진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일부 남성이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적응하지 못하는 남성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지식정보사회와 잘 조화되는 창의성, 유연성의 학습은 남성에게도 똑같이 요구되는 덕목이다. 친밀감 차분함 등 이른바 여성적 특성이 ‘여성의 유전자에 새겨진 것’이라기보다는 ‘사회화 과정에서 여성에게 요구되고 교육된 것’이라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양성평등 정책은 여성정책에 그치면 안 된다. 새로운 질서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남성이 겪는 부적응과 고통, 나름대로 느끼는 차별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적 지평이 열려야 한다. 궁극적으로 특정 성(性)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사회로 가야 할 것 아닌가.

변화순 한국여성개발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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