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캘린더]힘찬 붓놀림, 詩를 그렸네…중견화가 이강소 개인전

  • 입력 2005년 10월 7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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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소 작 ‘샹그릴라-052026’ 사진 제공 노화랑
이강소 작 ‘샹그릴라-052026’ 사진 제공 노화랑
“나는 우리 전통 회화의 기운생동(氣韻生動), 즉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하는 것이 확실한 기(氣)의 세계를 그리려 한다.”

15일까지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개인전을 갖는 중견작가 이강소(62) 씨는 추상과 구상, 미니멀리즘과 추상 표현주의를 혼융시키면서도 시적(詩的)이고 자연에 근거한 동양미술의 특성을 화폭에 구현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도쿄와 뉴욕, 런던, 파리, 서울 등에서 무려 60여 회에 달하는 개인전을 열어 온 이 씨의 작품은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서양화이면서도 동양적인 맛을 풍기기 때문에 국제적이면서도 정체성을 잃지 않는 작가라는 평을 듣고 있다.

그의 작업방식은 먼저 넓은 붓으로 옅은 물감을 전체 화면에 채색한 뒤 마르지 않은 화면에 물감을 붓으로 거칠게 휩쓸기도 하고 물감을 아예 들이붓는 드리핑을 해 격렬하면서도 단순한 흔적들을 만들어낸다. 거친 획들은 때로 산이 되기도 하고 나무나 수평선 같은 것들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화면 한쪽에 오리나 사슴, 배, 집과 같은 것들을 작게 그려 넣는다. 언뜻 풍경화처럼 보이지만 명확히 무엇인가를 제시하는 완성된 풍경이 아니다. ‘암시된 풍경’이라고 할까.

굳이 무엇을 그렸는가에 집착하지 않고 편한 마음으로 들여다보면, 무한한 상상을 통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이미지들을 보게 된다. 미술평론가 오광수 씨는 “이강소의 풍경은 언제나 현실 저 너머의 세계를 지향한다”며 “예를 들어 저 멀리 운무 속에 어슴푸레 떠오르는 집 속에는 가난하지만 여유로운 삶을 사는 노인의 모습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 나온 근작들은 빠르고 힘찬 붓놀림의 흔적, 아득한 화면의 빈 공간이 구체적 이미지를 압도하는 작품이 대부분이다. 과거보다 선(禪)적인 분위기가 더욱 강해졌다. 02-732-3558.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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