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모로 가면 소용없다

  • 입력 2005년 10월 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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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컨설팅 회사가 국내에서 신입사원을 뽑으면서 다음과 같은 설문조사를 했다. “특급호텔 앞에서 벤츠 S클래스의 문이 열리고 머리가 하얗게 센 허름한 옷을 입은 60대 남자가 내렸다. 이 노인의 정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질문에 관해 ‘갖은 고생 끝에 성공해서 생애 처음으로 벤츠를 타는 중소기업인’이라는 답과 ‘탈세를 밥 먹듯 해서 돈을 번 졸부’라는 두 가지의 답을 예시하고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는지를 택하게 했다. 응답 결과 90%의 응답자가 후자를 답으로 골랐다.

우리 사회에서 부자가 되려면 탈법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젊은이들의 의식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결과다. 이런 의식을 잘 보여 주는 말로 우리가 속해 있는 공동체나 개인을 비틀리게 표현한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다. 방법이야 어떻든 목적 달성만 하면 만사 OK라는 의미가 내포된 이 말은 어릴 적부터 많은 사람들의 생각 속에 은연중 세뇌되어 있는 듯하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생각을 가진 이들이라면 진리라는 실체도 중요하지만 진리에 다가서는 방법 역시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요즘의 세태는 방법보다는 결과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을 얼마나 빨리 이루어 내느냐 하는 성장지상주의와 업적주의에 매몰되어 방법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따져 볼 겨를조차 없는 것이다.

‘어떻게’라는 방법에 대한 부단한 점검을 하지는 않고 방법에 오류가 있더라도 끝까지 밀어붙이고 보자는 식으로 나가는 공동체에서 희망을 발견하기란 어렵다. 그러므로 지금이라도 ‘무엇을’이라는 목적과 결과에만 집착하지 말고 ‘어떻게’라는 방법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본다. 그래서 “서울을 가되 똑바른 걸음으로 가자”는 말이 우리 사회에 널리 회자되었으면 한다.

이상화 목사·한국기독교목회자협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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