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너와 나 그리고 아름다운 ‘우리’

  • 입력 2005년 9월 30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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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가을은 꽃 멀미와 함께 왔다. 얼마 전 어느 일간지에 실린 코스모스 축제 기사를 보고 공동체와 함께 경기 구리시 토평동에 있는 한강 둔치를 찾았다. 산과 들과 강이 어우러진 5만여 평의 땅에 조성된 코스모스 꽃길을 거닐며 온몸으로 느꼈던 가을, 아직도 꽃들의 재잘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수도원 디카일기(www.fsp.or.kr)에 영상과 함께 일기를 쓴 수녀님은, 코스모스는 한 그루만 있을 때보다 함께 무리 지어 있을 때가 훨씬 더 돋보인다고 했다.

‘순결한 사랑’이라는 꽃말에는 조화라는 깊은 뜻도 함께 있다며 하얀색에서 진홍색까지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다른 분홍꽃잎들이 어우러진 넓은 들판을 거닐며 ‘함께 있음’의 감동을 받았단다. 이는 우리 삶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기 때문에 얻은 깨달음일 것이다.

똑같은 옷과 언뜻 비슷해 보이는 생김새 안에 각각 독특한 색깔의 내면을 지니고 살아가는 공동체는 힘이 있다. 세상 사람들이 수도 생활에 경의(?)를 표하는 것은 함께 사는 어려움을 잘 알기 때문이리라. 서로를 알고 존중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 고유한 자기의 모습은 물론 내면의 세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 생활은 하느님의 모상인 ‘참 나’, 우리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공동체는 그 길에서 만난 길동무이다.

자기중심적인 사회에서 ‘함께 있음’으로 우리 존재를 드러내고 연리지(連理枝)처럼 서로를 꽃피울 수 있다면 하느님의 아름다움을 노래할 수 있다. 함께 있기에 눈길을 끄는 코스모스처럼 서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포용하고 껴안는다면 ‘소중한 나’ ‘참 좋은 너’ ‘아름다운 우리’가 될 수 있다. 제각기 자신만의 색깔로 고유한 빛을 발하며 향기로운 삶을 살 수 있다.

천향길 성바오로딸수도회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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