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PD 겸 시인 이도윤씨 두 번째 시집 출간

  • 입력 2005년 10월 6일 03시 04분


코멘트
한일월드컵의 열기가 뜨거웠던 2002년 초여름. 두려움 없이 운동장을 누비던 ‘태극 전사’들을 격려하던 시들이 텔레비전 화면에 띄워져 시청자들을 감동시켰다. 바로 중진시인 이도윤(46·사진) 씨의 격문과 같은 시들이었다.

‘공 하나를 몰고/너는 단숨에 넘었다/처음으로/처음으로 너는/삼천리에 꽃웃음 뿌렸다/신내린 사천칠백만 눈물의 박수/사천칠백만의 꽃가슴’(‘거침없이 가자, 대한의 아들아’ 일부)

경기마다 살얼음을 걷는 듯 아슬아슬하던 그때. 그의 시들은 경기 직전 비장한 결의를 다지던 선수들에게는 고요한 힘을 주고, 골을 기다리던 초조한 관객들에게는 차분한 기원의 시간을 갖게 했다. 그동안 인터넷을 통해 소리 없이 퍼져 나가던 그의 빼어난 ‘응원 시’들이 ‘산을 옮기다’(시인)는 제목의 시집으로 나왔다.

1993년 첫 시집 ‘너는 꽃이다’(창비)를 펴낸 뒤 12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엮어낸 것. 첫 시집에선 1980년대 고압적인 현실에 응전하는 견고한 시심을 보여 주었다. 새 시집에는 그 시대의 현실을 껴안고자 했던 의지는 여전하지만, 나이 들어 더욱 깊숙해진 관조와 직관의 시선도 뚜렷하다. ‘불혹’ ‘연꽃’ ‘무엇 2’ 같은 시들이 그렇다.

2002년 당시 한국이 스페인을 격파하고 4강에 진출한 것을 노래한 타이틀 작품 ‘산을 옮기다’와 같은 시에는 청년들을 무색하게 하는 힘차고 우람한 함성이 담겨 있다.

‘천지를 울리며/백두산을 건너 뛴/붉은 아들아/낡은 땅을 밟고 선/젊은 아들아/이 함성으로 내일을 물들여라/젊은 너는 역사다//붉은 피는 역사다’

이 시인은 MBC 스포츠 PD로 일하고 있으며 올해 1월 시 전문지 ‘시인’의 재복간을 주도했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