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몰라 답답할때 이곳 가면 풀려요…무료법률상담 체험기

  • 입력 2005년 9월 2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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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중앙지부에서 무료 법률 상담을 하는 장면. 공단 측은 전국 56개 출장소와 지부에서 무료로 법률 상담을 한다.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주로 무료 법률 상담소를 찾고 있다. 김미옥  기자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중앙지부에서 무료 법률 상담을 하는 장면. 공단 측은 전국 56개 출장소와 지부에서 무료로 법률 상담을 한다.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주로 무료 법률 상담소를 찾고 있다. 김미옥 기자
《갑자기 법률문제에 부닥쳤을 때 어디로 가야 할까. 몸이 아플 때 찾아갈 수 있는 병원이나 의사에 대한 정보는 많지만 ‘법률문제로 생활이 아플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에 대한 정보는 드물다. 이번 주 ‘법-사람-세상’은 무료 법률 상담소를 직접 찾아가 봤다. 본보 법조팀 기자들이 대표적인 무료 법률 상담소 4곳을 선정하여 직접 민원인이 돼 가상의 사례 2건에 대해 상담을 받아 봤다.》

# 상담 사례 1: 전세 살던 중 집주인이 바뀌었는데…

전세를 얻어 살던 중 집주인이 바뀌었다. 전주인과 계약하면서 전세 확정일자도 받아 놓았지만 새 주인과 새로운 계약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나면 전세금을 돌려받는 데 문제는 없을까.

○ 서울지방변호사회(변호사회관 종합법률센터)

“궁금한 일이 더 있으시면 명함에 적힌 이 번호로 연락 주십시오.”

변호사는 상담이 끝나자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는 명함까지 건넸다.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변호사회관 1층의 서울지방변호사회 종합법률센터 안 상담실. 접수창구에서 학력 나이 주민등록번호 직업 연락처 등을 적게 돼 있는 신청서를 작성하고 10분 정도 기다리다 창구안쪽에 있는 3곳의 상담실 가운데 한 곳에 들어갔다.

상담실은 바깥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아늑했다.

“ 첫 질문에 변호사는 “새 주인은 전 주인의 권리와 의무를 모두 넘겨받은 것”이라며 “새 주인이 담보를 추가로 설정하더라도 세입자의 권리가 우선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음주운전부담금에 관해서는 “보험사 약관을 살펴 봐야겠지만 일단 돈을 내고 정 안 되면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친구에게 이미 낸 돈을 다시 청구할 수 있는 구상금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했다.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상담에 걸린 시간은 15분 남짓. 변호사는 상담이 끝날 무렵 “보험사 약관과 관련 서류 등을 함께 가지고 오시면 더 자세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대한법률구조공단(서울중앙지부)

“32번 상담 받으실 분 들어오세요.”

2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중앙지부 법률상담실. 상담 받으러 온 10여 명과 함께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상담직원이 대기실까지 걸어 나와 대기번호를 불렀다.

접수하는 여직원 책상 옆의 순번대기표 발행기에서 대기표를 뽑은 뒤 40분 정도 지난 뒤였다. 상담을 위해 방문한 곳 가운데 가장 붐볐다.

상담실 안에 독립된 방은 없었고 칸막이로 각각의 상담직원 책상이 구분돼 있었다.

첫 번째 질문에 직원은 “아무 문제 없다”고 했다. 그래도 걱정된다고 하자 법전에서 ‘주택임대차 보호법 3조 2항’을 찾아 “새 주인은 전세까지 안고 집을 사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래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건물 모양과 전세 계약 과정을 그림까지 그려가며 같은 설명을 세 번 반복했다. 계속 웃는 표정이었다.

“ 두 번째 질문에 대해 소송을 하려고 해도 돈이 없다고 하자 ‘민사조정신청’이란 것을 법원에 낼 수 있다고 했다. 시간 끌지 않고 잘못을 한 친구와 함께 나눠 낼 돈을 정해 준다고 했다.

대기실 문 옆에는 상담직원들의 얼굴사진과 이름, 자리까지 그려져 있는 배치표가 걸려 있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 상담 사례 2: 차 빌려간 친구가 음주사고 냈는데…

내 차를 빌려간 친구가 음주운전을 하다 길가에 서 있던 차를 들이받았다. 보험사에서 친구와 함께 음주운전부담금 50만 원에 대해 연대책임을 지라고 하는데 친구가 내지 않으려 한다. 어떻게 하면 될지.

○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중앙지법 상담실)

서울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들은 매일 1명씩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1층에서도 무료 법률 상담을 한다.

23일 오후 3시쯤 신청서에 직업 이름 주소 연락처와 상담 내용을 적었다. 오후에는 6명만 상담을 해 주는데 5번째였다. 오전 11시경에 왔지만 오전 상담 인원(5명)이 모두 찬 뒤여서 다시 갔다.

대기좌석에서 1시간가량 기다리다 한 평 남짓한 작은 방으로 들어가 상담을 받았다.

변호사는 전세금과 관련된 질문에 전입신고는 했는지, 전세확정일자는 먼저 받았는지부터 물었다. 그리고 전세확정일자에 대해 설명해 주고 지금 살고 있는 건물 주인에게 다른 담보 같은 것은 없는지 등을 자세하게 확인했다.

“ 두 번째 사례에 대해 변호사는 “법에는 음주운전부담금이라는 것이 규정돼 있지 않다”며 “보험 약관은 일종의 계약관계인 만큼 보험계약 당시 관련 내용을 고지 받지 않았다면 부담금을 내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담 전 함께 기다리던 정모(62) 씨에게 “상담인원도 적고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느냐”고 묻자 “두 번째 오는데 그래도 일단 상담을 시작하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해 준다”고 대답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 서울중앙지방법무사회(서울중앙지법 법무사실)

서울법원종합청사 동관 1층 법무사실에서도 무료 법률 상담을 해 준다.

법무사실 안에 3명의 법무사가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앉아 상담을 해 주는데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 문제를 주로 상담해 주는 법무사가 따로 있다.

법무사 맞은편에 앉아 있는 여직원이 신청서 작성 요령과 상담 순번을 알려줬다.

23일 오후 2시 반경 상담을 신청해 1시간 뒤 상담을 받을 수 있었고 30여 명이 상담 차례를 기다렸다.

전세금 이야기를 먼저 묻자 등기부등본을 떼 봐야 한다고 답하고는 백지에 등본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다. 직접 묻지 않았는데도 전세와 관련한 자세한 세부 사항과 법률 지식을 알려줬다.

“ 친구 때문에 내게 된 음주운전부담금을 친구가 안 내려 한다고 말하자 “소액 사건의 경우 재판까지 가지 않고 말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물론 먼저 부담금을 내고 친구에게 다시 청구하는 구상금 청구 소송 등 법률 관련 정보도 충분히 설명해 줬다.

접수를 돕는 여직원은 “부동산 관련 문제와 개인회생 등에 관한 상담이 비교적 많다”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기타 무료법률상담 단체들▼

비용 부담 없이 전문적인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상담소는 많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변호사회관 1층 시민법률원조센터(02-587-3233)에서 여성법률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여성변호사가 상담하기 때문에 가정폭력, 성폭행, 직장 내 성차별 등 여성 피해자들이 이용하기 편하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운영된다. 방문이 어려우면 24시간 운영되는 상담소 전용전화를 이용할 수 있다.

개인회생과 소비자파산제도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신용회복위원회(02-6337-2000)는 지난해 11월부터 서울 명동사무국과 영등포지부에서 무료 법률 상담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시간은 주중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자문변호사를 구하기 쉽지 않은 중소기업은 법무부의 국제통상법률지원단(과천 법무부 청사, 02-503-9504)을 이용하면 된다. 수출기업 및 벤처기업의 통상활동에 관한 법률 지원 업무를 한다.

대한법무사회는 국민고충처리위원회(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02-313-0114)와 한국소비자보호원(서울 서초구 염곡동, 02-3460-3000)에서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무료 상담을 해주고 있다. 전화 상담도 가능.

대한변호사회가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청 본관 1층 무료법률상담실(02-731-6168)과 여의도 가정법률상담소(02-780-5688) 등도 유용하다.

구청이나 동사무소, 복지관 등지의 무료법률상담은 일일 상담건수가 3, 4건으로 제한돼 있어 지역 소식지에 공고가 나면 서둘러 접수할 필요가 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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