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되기 쉽지않네…사극 속 화려한 의상 수백만원 넘어

  • 입력 2005년 9월 1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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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가 뜬다. 현재 방영 중인 SBS 월화드라마 ‘서동요’(극본 김영현, 연출 이병훈)의 선화공주, 24일부터 방영되는 MBC ‘신돈’(극본 정하연, 연출 김진민)의 노국공주 등 공주 캐릭터가 TV에서 주목받고 있다. 역사적 사료를 살펴보면 국내 최초의 사구체 향가 서동요(薯童謠)와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에서 각각의 공주에 대해 짧게 언급한 내용이 전부다. 따라서 두 사극은 철저히 상상력에 의존하고 있고 공주 캐릭터도 상상력에 걸맞게 극대화했다. 무엇보다 제작진은 평강공주로 대표되던 한국의 ‘공주계’에 새로운 공주상을 보여주기 위해 다른 사극과 달리 의상과 소품에 특별한 공을 들였다. 과연 상상 속 공주들의 옷과 소품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 무조건 예쁘게… 선화공주 만들기 696만 원

드라마에서 선화공주는 백제 왕자 서동과 사랑에 빠진 뒤 신라 여왕의 자리를 포기하고 서동이 백제 무왕이 되는 것을 돕는다. ‘대장금’을 연출했던 이병훈 PD는 ‘선화공주’를 최대한 ‘예쁜 공주’로 보이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도 신라의 대표 미인으로 선화공주가 소개되었기 때문.

선화공주의 옷 한 벌을 만드는 데 자료 준비에서 제작까지 작업 기간만 5개월, 2명의 전문 디자이너, 제작비가 296만 원이 투입됐다. 선화공주 역의 탤런트 이보영(26)의 회당 출연료가 400여만 원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돈이다. 기존 사극에 나왔던 왕후, 왕비급의 한 벌 의상비는 100여만 원. SBS아트2팀 김민경 디자이너는 “백제의 의복과 장신구에 관한 자료들을 검토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저고리의 당초문은 백제 기와 문양을 응용해 새로 만든 것으로 작업 과정도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의상에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색상과 저고리 자수. 선화공주 이보영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을 찾기 위해 여러 벌의 옷을 미리 제작해야 했다. 흰색 저고리의 당초 문양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중국까지 보내 손으로 수를 놓게 했다. 주름치마의 주름 하나를 잡는 데만 5만 원이 들었다.

○ 위풍당당하게… 노국공주 만들기 1040만 원

노국공주의 이미지는 화려하다. MBC 미술센터 이혜란 과장은 “원나라 황실 출신이지만 고려의 왕비가 된 뒤 원나라에 저항해 고려 편을 드는 여성이기 때문에 능동적인 공주상을 보여 주기 위해 일부러 화려함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의상 한 벌과 장신구를 만드는 데만 840만 원이 들어갔다. 제작 기간은 6개월. 노국공주 역 서지혜(21)의 1회 출연료는 200만∼300만 원이다.

화려한 비취색의 대수포(두루마기)와 은으로 제작된 연화문의 왕관은 노국공주의 강인함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기 위한 의상과 소품. 대수포의 문양은 고려 불교 문양집에 나온 디자인을 바탕으로 만들었고 금박으로 장식했다. 대수포는 250만 원, 은을 녹여 만든 뒤 금을 입힌 왕관과 귀걸이는 220만 원이 들었다.

손으로 수를 놓은 화려한 꽃무늬 패대(귀족들의 허리 장식물)는 150만 원. 장식의 화려함과 시원한 푸른 색상이 위풍당당 노국공주의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김진민 PD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사극일수록 캐릭터가 중요하기 때문에 중심인물의 외양 이미지를 완성하는 데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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