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족사랑-동심의 나라로 초대합니다

  • 입력 2005년 9월 1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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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앞두고 따스한 가족애를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 2편이 15일 개봉된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링에 오르는 ‘헝그리 복서’의 인간승리를 다룬 ‘신데렐라 맨’, 가난하지만 행복이 넘치는 가정에 찾아온 행운을 그린 판타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소개한다.

전체 관람가.》

▼‘찰리와 초콜릿 공장’▼

몽상가 팀 버튼의 천재성은 이제 완전히 그 발을 땅에 디딘 것 같다. 그가 ‘부자(父子)간 화해’를 다룬 판타지 ‘빅 피쉬’(2003년)를 내놓았을 때, 다분히 팀 버튼적이면서도 동시에 팀 버튼적이지 않은 이 영화를 사람들은 기대와 우려의 두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하늘을 날아다니던 팀 버튼의 상상력이 현실과 손을 잡기 시작하는 변화에 대해, 그가 2003년 여배우 헬레나 카터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은 개인적 경험과도 무관치 않으리란 추측도 했다.

15일 개봉되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팀 버튼이 의심의 여지 없는 천재이며, 그 천재성은 땅바닥으로 착 내려와도 변함없이(어쩌면 더욱) 빛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영화다. 팀 버튼은 ‘욕심 부리는 아이는 벌 받는다’ ‘가난해도 사랑하며 사는 가족은 복 받는다’는, 철지난 교훈이 갖는 전형성을 굳이 회피하려 들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움직이는 상상력으로 주제의 이런 전형성을 종횡무진 주무른 뒤 결국엔 살아 꿈틀거리게 만든다.

세계 최고의 초콜릿 공장인 ‘윌리 웡카 초콜릿 공장’. 베일에 가려진 이 공장의 주인 윌리 웡카(조니 뎁)는 공장에서 두문불출하는 수수께끼 속 인물이다. 어느 날 윌리 웡카는 단 5개의 웡카 초콜릿 속에 황금 티켓을 넣은 뒤 티켓을 손에 넣은 어린이 5명을 초콜릿 공장에 초대하겠다는 선언을 한다. 가족과 함께 가난하지만 착하게 살던 찰리는 기적적으로 5번째 황금 티켓의 주인공이 되어 의문의 초콜릿 공장에 들어간다.

팀 버튼은 상상하는 모든 걸 (눈으로 보는 것을 지나) 직접 맛 보고 냄새 맡고 만지기를 원하는 지독한 감독이다. 1964년 처음 출간된 로알드 달의 원작 소설을 영화로 옮기면서 팀 버튼은 스튜디오에 길이 55m, 폭 12m의 거대한 초콜릿 강과 초콜릿 폭포로 이루어진 꿈의 테마파크를 직접 만들고야 말았다. ‘진짜’가 주는 이런 질감은, 조니 뎁의 석고상 같은 비현실적인 표정과 지혜롭게 만나 독특한 환상과 감동을 만들어 낸다.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시시각각 떼 지어 등장하는 초콜릿 공장의 일꾼 움파룸파 족(소인족)의 ‘세상에서 가장 웃긴 무표정’은 연말까지 머릿속에서 지우기 어려울 것 같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신데렐라 맨’▼

국민 모두가 가난하던 시절. 세계 챔피언을 다투는 복싱 경기가 중계될 때면 사람들은 만사 제쳐두고 흑백TV 앞에 모여 목이 터져라 우리 선수를 응원하곤 했다. 형편없이 두들겨 맞고 바닥에 쓰러질 때마다 벌떡 일어나 다시 싸우는 오뚝이 같은 선수들. 배고픔의 기억과 팍팍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복싱을 선택한 그들은 단순한 스포츠 스타가 아니었다. ‘헝그리 정신’의 표상이자, ‘어려워도 꿈을 잃지 말자’는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었다.

미국의 전설적인 헤비급 프로복서 제임스(짐) J 브래덕의 실화를 다룬 ‘신데렐라 맨’(감독 론 하워드)은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1930년대 경제 대공황기. 가족을 위해 링에 오른 짐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승리를 거두면서 단번에 ‘보통 사람들의 영웅’으로 떠오른다. 패배와 좌절의 나락에서 기적처럼 재기해 챔피언을 따기까지 그의 여정은 험난한 시대를 헤쳐 나가는 미국인들에게 꿈과 용기를 심어 주었다.

퇴물 복서로 추락했다가 다시 정상에 오르는 짐 역에 러셀 크로, 그를 늘 따뜻하게 격려하는 아내 역에 르네 젤위거가 나온다. 영화의 큰 줄기는 가족애를 중심으로 뻗어 나간다. 대공황이 닥친 뒤 짐은 푼돈을 벌기 위해 형편없는 경기를 치르다가 선수 면허까지 취소당한다. 먹고살 길이 막막해진 그는 막일꾼으로 추락한다. 가스도 전기도 끊긴 집에서 끼니조차 때우지 못하는 아내와 세 아이. 그의 가슴은 미어진다. 텅 빈 식탁에 ‘빵’을 올리기 위해 그는 훈련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에 나간다. 문자 그대로 ‘헝그리 복서’로 링에 오른 짐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1935년의 챔피언 타이틀전. 두 명이나 죽음에 이르게 한 최강의 챔피언과 나이 든 최약체 도전자. 목숨을 건 한판 싸움은 예상과 달리 15회전까지 이어진다. 턱이 돌아가고 피가 튀는 복싱 경기의 스릴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화면에서는 헐떡이는 숨소리까지 들리는 듯하다.

배우와 감독 등 면면은 화려한데 영화는 밋밋하다. 실화의 탄탄한 힘에도 불구하고 브래덕의 내면이나 대공황 시대를 고찰하는 영화적 깊이나 통찰력이 부족한 편이다.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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