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의 구도자’ 백건우 베토벤과 함께 나타나다

  • 입력 2005년 9월 9일 03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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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을 연주할 때면 극과 극을 오가는 악상들이 너무 불편하게 느껴지곤 했다. 갑자기 화를 냈다가 또 용서를 빌고, 외로워했다가 지독한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어린애처럼 변하기도 하고…. 베토벤이야말로 유머가 넘치는 진정한 로맨티스트다.”

연주 인생 30년 동안 치열한 탐구정신으로 하나의 작품을 선택하면 몰아치듯 파고드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사진). ‘건반의 구도자’라고 불리는 그가 베토벤 소나타 32곡 전곡 녹음과 연주라는 대프로젝트를 들고 팬들 앞에 섰다.

최근 베토벤 전곡 녹음 1차 앨범을 출시한 그는 서울 예술의 전당(14일 오후 8시) 등에서 소나타 8번 ‘비창’과 3번, 6번, 23번 ‘열정’ 등 베토벤의 소나타 대표곡을 연주한다.

연주회를 앞두고 연 기자간담회에서 “젊었을 땐 왜 이렇게 베토벤이 어려울까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베토벤 음악은 삶의 고통과 희열을 맛본 사람만이 제대로 연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백건우는 그동안 라벨, 드뷔시, 라흐마니노프, 스크랴빈, 프로코피예프, 리스트, 쇼팽 등 한 작곡가에 대한 집중 탐구 연주로 전 세계 음악계에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이번에 그의 베토벤 소나타 녹음을 진행한 영국의 세계적 음반사인 ‘데카’로서는 1970년대 아슈케나지 이후 2번째 베토벤 소나타 프로젝트다.

그는 “버르토크, 프로코피예프 등 현대 음악가들은 아무리 해도 베토벤 음악에 담긴 힘을 못 따라간다. 이번 녹음에도 듣는 이를 설득시키는 베토벤의 힘 있는 연주를 되살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연주회는 10일 부산 문화회관, 23일 호암아트홀, 10월 1일 안산 문화예술의전당에서도 열린다. 02-751-9607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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